10년도 더 된 일이다. 대학 졸업후 약사고시에 합격하고 미국과 캐나다 여행을 다녀와 곧바로 회사에 취직했는데 갑자기 목 아래 쇄골 사이에 뭔가 나기 시작했다. 터질 것 같이 생긴 수포가 갈수록 늘어나고 병변 부위가 가려워지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의학적 상식으로는 대상포진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한쪽에만 발생한 것이 아니고 목 아래부터 가슴부위로 다 퍼졌다.

 결국 병원을 찾았는데 대상포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뒤로 일주일간은 수포가 더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 딱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근육통 때문에 일하는데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왜 대상포진이 생겼던 것일까? 4개월 이상 지속됐던 시험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그리고 약사고시 합격 후 시차가 13시간이나 나는 외국여행을 다녀왔고, 곧바로 회사에 취직했으니 내 몸이 정상일 리가 없었다. 대상포진은  이처럼 내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을 때 생기는 면역질환이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수두바이러스와 동일한 것으로 어렸을 적 수두를 앓아본 경험이 있는 성인 누구에게나 재발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신경을 따라 퍼지기 때문에 극심한 근육통이 동반되며 72시간의 골든타임을 놓지면 이후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따라서 수포가 급속도로 퍼지며 가려움증이 진행된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가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젊은 환자군은 비교적 빨리 회복되지만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이나 연령이 높은 환자는 신경통의 치료로 시간이 더 오래걸린다.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노력하고 가벼운 스트레칭과 명상을 권한다. 봄철에 나는 제철 나물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면역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춘곤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아프면 나만 고생이다. 내 가족도 중요하지만 그 또한 '나'를 중심으로 형성된 소중한 세계이다. 나의 건강한 신체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에너지를 우리의 부모님과 자식과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