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농사가 또 다시 농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시기에 지난 3월 13일 전국적으로 조합장 선거가 동시에 치러졌습니다. 새로 선임된 조합장님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농협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조합장 선거를 치루면서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 흔한 후보자 토론회, 정책 설명회 등과 같은 것을 선거법 상 하지 못하도록 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선거법은 능력과 정책은 없고 유명세만 타고, 지연과 학연, 금전의 힘으로 조합장에 오르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제도는 반드시 뜯어 고쳐야 합니다.
 

 그리고 농협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농협은 많은 예산이 있고 많은 종사자가 있고 업무 수행능력을 갖춘 많은 전문가들이 있으며, 수백억 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단히 큰 조직입니다.
 

 이런 큰 조직을 농민이 만든 것입니다. 농촌지역에서 이런 농협 조직을 능가하는 조직은 없습니다. 유일무이한 조직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농업·농촌이 붕괴되는 시점에서 조합원과 마을은 농협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농업·농촌의 위기 앞에서 농협은 마땅히 농민을 대표하여 위기 극복의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앞장서서 헤쳐 나가는 임무를 주체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대안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의 반복 속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습니다. 발전과 성장을 거듭한 농협을 통해 농민과 농업도 일정정도 성장과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거기까지에만 머물렀습니다. 그 이면으로 농업·농촌은 위기의 상황에 빠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농업·농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향후 10년 뒤에는 농민의 숫자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질 것이며, 농촌은 곳곳이 자연 소멸될 것입니다. 회복할 수 없을 지경으로 농업은 붕괴되어질 것입니다.
 

 농업의 붕괴는 농협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지 않기 위한 몸부림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농협이 살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있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머물러 있게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그들의 부푼 꿈을 이루기 위해 농촌으로 들어 올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만들고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찾아서 실현시키는데 앞장서야 합니다.
 

 도시에 비해 농촌의 생활환경이 얼마나 열악합니까? 지방정부가 나서도록 요구해야 하지만 동시에 농협이 앞장서서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농민을 위하고 농업을 위하고 농촌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내는 체계를 구축해야합니다. 좋은 정책이 곧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를 관철 시키는데 온 힘을 다 기울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농민수당과 같은 정책을 관철 시키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는 것이지요. 농촌에서 농협만한 조직이 어디 있습니까? 정말 큰 것은 그 크기를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농촌의 아픔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창자가 찢어지는 아픔에 이제는 농협에서 답을 해야 합니다.

이광원 원주시농민회 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