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 걷기 길의 역사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차별된 것은 눈물, 웃음, 직립보행이라 합니다. 단순한 공간 이동이나 물건의 운반수단으로 활용되었던 '걷기' 행동은 이제 그 차원을 넘어 건강유지, 질병예방, 관광의 한 형태로 개념이 진화되었고 이미 십 수 세기 전부터 순례자의 순례길이 생겨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천년을 이어온 두 개의 순례길을 인류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에 제가 다녀온 도보여행자의 로망이라고 하는 900년의 역사를 가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지난 2월 오사카를 통해 입국해 처음 걸어본 삼림(森林)속을 잘 다져진 흙길 위로 걷는 일본의 구마노고도(熊野古道)가 있습니다. 그 밖에도 유럽을 비롯한 남북미, 호주 등 전 세계에는 생을 몇 번 다시 태어나 걸어도 다 걷지 못할 무수한 길들이 걷기여행자들을 위해 잘 조성, 관리되어 있습니다.

 2. 우리나라 걷기 길의 역사
 

 2000년도 말에 걷기동호회가 창립되고 자연환경 파괴를 막자는 취지에서 지리산과 남한강에서 행진을 벌이는 등 단체 걷기행동이 걷기길 조성에 단초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치 시사주간지 여성 편집장이던 서명숙 기자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여행하고 나서 고향인 제주에 걷기 길을 만들기 시작, 2007년 9월 첫 번째 코스를 개장한 '제주'올레에 이어 지리산 둘레길이 개장하였고 전국적인 걷기와 걷기길 열풍이 몰아 닥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원주에서는 '치악주행'이라는 걷기동호회가 출발하여 주말마다 걷기를 정례화 하는 등 본격적인 시민 걷기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 원주굽이길 제3코스인 연세대 원주캠퍼스 키스로드 ▲ 원주굽이길 중 고즈넉한 농로를 걷는 것도 매력으로 어필된다

 3. 원주굽이길이 탄생하다
 

 그간 몇몇 뜻있는 걷기동호인들의 노력으로 임시로 코스를 만들어 이용해 오던 중 2017년부터 원주시의 부분 지원에 힘입어 걷기 매니아들의 봉사가 모여 총연장 245km를 16개 구간으로 정비하여 개통 하고 이어서 2018년 11월, 100고개길, 백운산길, 동화리 명봉산 둘레길, 구학산둘레숲길, 소금산 둘레길 등 5개의 원점회귀코스가 개장되어 총 300km의 '원주굽이길'을 우리 곁에 두게 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안에 개장될 치악산 둘레길을 비롯해 추가되는 굽이길 5개 코스를 포함해 올해 안에 400km가 넘는 걷기길을 조성하게 되면 그야말로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 천리 도보여행길'을 여러분 앞에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걷기에 가장 좋은 길은 어떤 길일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길? 공해가 없고 숲이 우거져 생태적인 환경이 잘된 곳?  인문학적 이야기가 스며있는 역사 문화 순례길?
 

 하지만 가장 좋은 길은 '내가 언제든 걸을 수 있는 친근한 길'이라는 게 걷기인들의 한결같은 결론입니다. 10여 년 전 부터 만들어온 전국 670여 개, 1천100개 이상의 코스, 총연장 2만km의 기존 걷기길들에 비하면 이제 시작이지만 이 길의 주인으로서 갓난 아기를 키우는 마음으로 정겨운 손길로 다듬고, 다정한 발길로 다진다면 머지않아 명품길로 성장해  힐링의 공간, 지속가능한 관광자원으로 우리에게 보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자 이제 운동화를 꺼내 신고 주변의 가장 가까운 굽이길로 나서지 않으시겠습니까?

최종남 사회적협동조합 원주굽이길 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