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설날이다. 또한 전국 모든 향교에서 삭분례(朔焚禮)를 올리는 날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원주향교는 오전7시에 분향하는데 참례를 못하고 그 시각에 집에서 교궁(校宮)을 향해 국궁 4배를 올렸다. 그런데 이 추운 설날 새벽에 분향한 사진을 보니 친구 4인방 중 나만 빠져 아쉬웠다.

설 세배 예절은 늘 전통대로 해 왔다. 나는 해마다 편지 봉투에 일금을 넣어 세뱃돈을 준다. 올해는 자식과 며느리에게는 ‘거가이(居家理)’를, 손자 손녀 4명에게는 ‘성즉성(誠則成)’을 써서, 세배를 받은 뒤 덕담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하고 나눠주었다. 그러데 같이 살고 있는 작은 딸에겐 ‘성즉감(誠則感)’ 봉투를 주었다. 작은 딸은 “사업 번창을 기원하며 어미 간병에 참 수고를 많이 한다”는 내 말에, 흐느껴 눈물을 참았다. “너에겐 황금을 주어도 아깝지 않구나!”라고 말 했다.

그리고 난 뒤에는 지난 달 원주원씨 습독공파 숭정공(崇政公: 내게는 6대조가 되신다) 종회 총회 때 86세인 내가 50분간 ‘원문(元門) 종사 연수’한 내용을 그 때 사용한 자료를 내 걸고 설명을 해 주었다. 조선시대 사대부(士大夫)와 양반들은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 상을 치르고 집안에 사당(祠堂)을 지어 4대 봉사를 후손들이 100년 넘게 산 사람과 같이 ‘사무여사존(事亡事存)’ 정신으로 집에서 모셨다는 이야기와 오늘 날 숭조사상이 멀어져 가는 세류(世流)에 우리 집안은 그래도 조상을 숭배하는 기본 전통제례의 풍속을 지키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정성으로 모시는 가풍을 지키며 가꾸어 후손에게 계승하자고 이르면서 주역, 거가이(居家理)의 깊은 뜻을 또 설명을 하였다.

차례(茶禮)는 고향 뒷동산에 모신 부모님 묘소에 가서 지냈다. 장남과 차남, 손자, 손녀 모두 참례했는데, 야산인데 나에겐 힘에 겨웠으나 쉬지 않고 지팡이를 짚고 올라갔다. 먼저 장자와 장손이 산신례를 올렸고 묘 앞에 준비한 제수를 며느리 둘이 떡국과 주과, 포, 전 등 격식에 맞춰 진설하고 예법대로 제사를 봉행하였다. 제례 후 음복과 음식을 나누고 묘소 주변 낙엽을 함께 쓸었다.

오늘 산소에 올 때, 고향 동구 밖 섬강(蟾江)가에 이르러 주차하고 부모님부터 10대조까지 모신 강 건너 고향 뒷산 묘소를 향해 경중히 재배를 했다. 늘 고향에 올 때는 자손들에게 부모님부터 10대조까지 묘 위치를 알리고 이 자리에서 망배(望拜)를 올리게 하였다 그간 꾸준히 나와 같이 해 왔었다

또한 설 명절에 우리 식구들은 모두 자기 부모님께 올리는 글을 쓰기로 했다. 나는 오늘 묘소의 차례 중에 글을 읽어 드렸다. 이 글은 눈물겨운 대목도 있고 부모님의 고된 근면 등의 글이라 듣는 자손들에게 느낌을 주기도 할 것이다. 이 것을 한 예절로 굳히고자 한 것은 자손들에게 숭조와 효 의식을 일러주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은 지난 설 하루 행한 예절 이야기며 동시에 자손들의 체험이기도 하다. 평소에 나를 어렵게 생각하는 자손들이라 내가 말 할 때는 조용히 경청하기는 하나, 그 실현이 예절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심, 집안 어른의 뜻을 체험시키는데 그 의미를 두었다. 이런 내 마음이 자손들에게 전달됐으면 한다. 2019년 설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