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한 도시 한 책읽기 운동이 시작된 지 어느덧 16년이 되었습니다. 시민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 운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독서문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을 토대로 원주시는 2019년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에 선정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한 도시의 시민들이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한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독서운동은 그동안 한 권의 책을 통해 많은 질문을 시민에게 제시했고, 그 질문은 그 해의 원주터의 중요한 어젠다가 되었습니다.
 

 원주시민 남녀노소가 함께 읽을 한 책(one book)을 고른다는 것은 무척이나 까다로운 일입니다. 모든 세대가 함께 공감하며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원주교육문화관, 시립도서관 등 도서관의 전문 사서, 초·중등 교사, 직장인, 작가, 독서운동가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도서선정위원의 지속적인 고민거리이자 즐거움이기도 했습니다.
 

 2018년 10월부터 도서선정 업무를 시작하여 2018년 크리스마스를 즈음하여 선정 기준에 적합한 책 34권이 추천되었고, 3번의 회의와 열띤 토론을 벌여 다섯 권으로, 다시 세 권으로 범위를 축소했습니다. 그리고 최종 도서 한 권을 선정하여 운영위원회에 추천하였습니다. 운영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2019년도 원주시 한 책 읽기 운동 선정 도서로 정명섭 작가의 '미스 손탁'이 선정되었습니다.
 

 2018년도는 한반도에서 역동적인 한 해였습니다. 강원도 평창에서 시작된 평화 분위기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거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져 전쟁의 먹구름을 몰아냈습니다. 최근 개최된 2차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 평화의 분위기와 남북교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게 합니다.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와는 달리 중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군사 갈등, 한반도의 해빙 분위기에 소외된 일본의 몽니(위안부 강제 연행 부인과 초계기 도발) 등은 20세기 초 구한말의 국제 정세를 다시 떠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 열강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권을 잃었던 우리들.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20세기의 역사.
 

 올해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자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러한 역사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가 올해 도서 선정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제1차, 2차 회의에서 주목받았던 책이 토의를 거듭하면서 바뀌기도 하였습니다.
 

 

▲ 2019년 한책읽기운동 선정도서

 이번에 선정한 '미스 손탁'은 우리의 아픈 근대사를 생각하게 만드는 역사 탐정소설입니다. 손탁 호텔에서 '보이(직원)'로 일하는 프랑스어학교 학생 배정근과 이화학당 학생 이복림이 미스 손탁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펼쳐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흔히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역사는 귀찮고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이 소설은 을사늑약(1905년)부터 경술국치(1910년)까지의 5년간의 역사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비록 삽화 한 장 없지만 우리를 1907년 서울로 데려다 줍니다. 당시 서울은 서양의 문물과 외국인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전차를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 체육 수업을 받는 여학생들, 야구를 배우는 학생들 등 당시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일상의 모습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당시 우리의 국권 회복과 독립을 위해 노력한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다시 독립을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일제강점기를 잊지 말자는 것을 넘어서 또 다시 우리의 운명을 미국과 일본, 러시아와 중국 등 외세의 힘에 의지하여 해결하려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때문입니다.
 

 한 책을 선정하면서 마지막까지 토의에 토의를 거듭하였습니다. 최종 후보 도서 다섯 권은 모두 작품성과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소개하자면 '미스 손탁'과 함께 유승희 작가가 쓴 '불편한 이웃', 한정영 작가의 '바다로 간 소년', 신운선 작가의 '두 번째 달, 블루문', 장은영 작가의 '책 깎는 소년' 등이었습니다.
 

 선정위원들은 원주시 한 책에는 선정되지 않았지만 원주시민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으로 '바다로 간 소년'과 '불편한 이웃'을 들었습니다. '[바다로 간 소년'은 좋은 문장으로 세종대왕 시절 중국으로 끌려 간 한 소년이 희망을 찾아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소설입니다.
 

 또 '불편한 이웃'은 제목 그대로 읽는 내내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여 선정위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된 동화입니다. 이 동화는 결론이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우리 자신을 다시 살필 수 있게 하는 책으로 가족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입니다.
 

 이제 '미스 손탁'을 원주 시민들께 소개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원주의 근대사와 근대문화 유적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독립과 국권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평화와 희망이 가득한 우리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의논해 보는 한 해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박탄 원주한도시한책읽기운동 위원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