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제로페이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제로페이 이용 실적이 거의 없어 관련 설비를 치우는 가맹점이 늘고 있는 것. 정부는 소상공인과 국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결제시스템이라고 홍보하지만 현장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을 위한 간편 결제서비스이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서울, 부산, 경남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 26일 기준 전국 6만4천개의 소상공인 점포가 가맹계약을 맺었다. 도내 468곳, 원주 74곳도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등록했다.

가장 큰 장점은 일반 신용카드보다 수수료율이 낮다는데 있다. 현재 영세·중소가맹점이 내는 카드수수료율은 0.8~2.3% 수준이다. 하지만 제로페이의 경우 전년도 매출액이 8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은 수수료가 0%다. 매출액 8억~12억 원은 0.3%, 12억 원 초과 소상공인은 0.5%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제로페이(스마트폰 간편결제서비스), 작년부터 시행
연매출 8억 원 이하 상점 카드결재수수료 0% 부과

정부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각종 혜택을 부여해 제로페이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일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15%이고, 체크카드는 30%를 공제하지만, 제로페이는 40%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이 밖에도 공용주차장, 문화·체육시설 이용 시 할인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 흥업면 A피자집은 지난달 중순부터 말까지 제로페이 사용실적이 전무 했다.

그러나 홍보가 안 돼 이용률이 바닥 수준이다. 흥업면 A피자집의 경우 2주간 제로페이 결재 내역이 300원에 불과했다. 피자집 점주와 종업원이 제로페이가 잘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300원을 결제한 것 외에는 사용실적이 없다.

A피자집 대표는 "카드수수료 공제 혜택을 위해 제로페이 가맹 계약을 맺었는데 이용 고객이 전혀 없다"며 "사람들이 제로페이 자체를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A피자집은 고객들에게 제로페이 사용을 유도해도 사용법이 어려워 중간에 포기한다고 전했다.

전국 6만4천여 점포 가맹… 서울만 6만 곳 계약
원주 가맹점 74곳에 그쳐·홍보 부족…이용률 '바닥'

젊은 층이 많이 드나드는 대학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한라대 앞 B경양식집도 흥업면 A피자집처럼 제로페이 사용 횟수가 전무했던 것. B경양식집 대표는 "방학 중이라 손님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서울 등 일부 수도권 지자체에서는 그나마 사용률이 높지만 지역에서는 홍보가 전혀 안 돼 사용자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제로페이 사용 혜택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사용이 불편해하다보니 아예 제로페이 결제대를 치운 경우도 많았다. 단계동 C떡볶이집 점주는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면 모니터에 바로바로 확인이 되는데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결제가 됐는지 안됐는지 확인이 어렵다"며 "일손이 바쁜 시간에 손님에게 사용법을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점도 제로페이 설비를 치운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제로페이 이용률이 저조한 이유를 일선기관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서울만 하더라도 박원순 시장이 제로페이 사용을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지방 담당기관에서는 홍보 노력이 전무하기 때문.

서울은 6만 개 이상 업체가 제로페이 가맹계약을 맺은 상태다. 소상공인간편결제추진사업단 관계자는 "사견이지만 서울은 지자체 차원에서 제로페이 확산에 열을 쏟고 있지만 지방은 그런 노력이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