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현동 통합경제사업장으로 이전을 추진해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던 원주농협 호저지점(이하 호저지점)이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이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신용점포와 마트는 그대로 남아있고, 공간이 협소한 농기계 수리센터와 경제사업장만 가현동 신축 건물로 이전한다.

지난해 원주농협은 호저·지정·행구에서 각각 운영하는 경제사업장을 통합 운영하는 통합경제사업장을 가현동에 조성하면서 근거리에 위치한 호저지점 이전도 추진해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호저지점은 호저면 유일한 금융기관으로 행정복지센터와 가까운 면소재지에 위치해 있어 주민들이 한꺼번에 업무를 해결해왔다. 그러나 호저지점이 이전할 경우, 왔다갔다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민들은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 없이 진행한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주민들은 "지역의 유일한 금융기관으로 대표성을 믿고 거래해왔는데 아무런 논의 없이 이전을 결정한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주민들의 불편함을 헤아린다면 이전을 취소해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반면, 원주농협은 경제사업장만 이전한다면 주민들이 더욱 번거로울 것이라며, 수익성을 고려했을 때 적자를 겪고 있는 호저지점의 폐점을 막기 위한 선택이라며 이전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원주농협은 주민과의 갈등이 깊어지자 호저지역 대의원, 영농회장과 이전 건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은 협의를 통해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신용점포와 마트는 면소재지에 그대로 남겨두고 공간이 협소해 이용하기 어려운 농기계 수리센터와 경제사업장은 가현동에 신설하는 통합경제사업장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호저지점 이전 철회안은 지난 달 서면을 통해 조합원에게 전달됐다.

호저면 주민 A 씨는 "처음부터 주민들과 상의해 이전을 추진했다면 이렇게 감정이 상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지역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해 절충안을 찾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상준 원주농협 조합장은 "경영의 효율적 측면이나 주민 편의를 고려해 호저지점을 가현동으로 이전하려고 했으나 실질적으로 기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농협과 주민들 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 만큼 조합원들이 더욱 편리하게 기관을 이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호저지점과 함께 가현동 통합경제사업장으로 이전을 고려했던 지정지점은 거리가 멀어 그대로 면소재지에 남아있기로 했으며, 조성 중인 기업도시에 새 점포를 개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