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 세상도 '나'를 대하는 시선이 달라진다. 관점을 다르게 바라보고 세상 사람과 다른 질문을 던진 젊은 청년을 만났다. 임승규(37) 사람과곤충 대표는 항상 자신과 대화를 한다.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고 답한다.

 "사람이 못하는 것은 없다. 안하는 것뿐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임 대표에게 세상은 호기심 천국이다. 재밌을 것 같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중 제일 하고 싶은 것이 사업이었다.
 

 어릴 때부터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기계와 재료 등을 판매하는 사업을 했던 아버지 덕에 사업의 기본을 배웠고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첫 직장은 직업 군인이었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꿈을 버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식용 개구리에 관심을 갖게 됐고 개구리로 사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부사관으로 근무하며 틈나는 대로 3년 동안 개구리 공부만 했다. 매일 메모를 하며 농장 밑그림을 그렸고 개구리농장이나 곤충농장을 찾아 전국 40여 곳을 다녔다. 문전박대를 당한 곳도 많았고 선뜻 자신의 노하우를 들려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2번 정도 포기하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꿈꾸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을 보낸 흥업면 무수막에 하우스를 짓고 개구리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기반 시설을 갖췄다. 그리고 2012년 9월 31일 군복무 8년 만에 전역을 하고 10월 1일 바로 개구리밥농장으로 출근했다. 처음 임 대표가 사육한 것은 북방개구리다. 우리나라에서 허가를 받고 사육할 수 있는 식용 개구리가 3종인데 북방개구리는 고인 물에 사는 습성 때문에 농장에서 키우기 제격이었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돈벌이는 안됐다. 또 개구리 질병관리도 쉽지 않았다. 질병에 대한 기록도 치료 방법도 정리된 게 없다보니 집단 폐사하기도 했고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나름의 노하우도 쌓였고 여기저기서 자신처럼 곤충 농장을 하기 위해 문의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입소문이 나면서 개구리를 사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늘고 체험 방문객도 줄을 이었다. 이렇게 어렵게 자리를 잡아 가던 2016년 가을 모든 것이 무너졌다. 개구리밥농장 인근 산에서 불이 났는데 농장까지 번져 하나도 남김없이 타버렸던 것.
 

 "처음 산불을 보고 신고한 게 나였다.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동네 어르신들과 멀리서 지켜봐야했다. 차라리 하나도 남김없이 다 타버린 것이 다행이었다.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인근 부지에 다시 농장을 지었다. 때마침 농촌진흥청이 추진한 '유용곤충 실용화사업' 지원 대상에 선정돼 사람과곤충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1억5천만 원을 지원받아 곤충사(149㎡) 1동, 체험장 2동(46㎡)을 건립했다. 화재로 잃은 개구리대신 개구리 먹이용으로 키우던 쌍별귀뚜라미를 키웠는데 매일 업데이트 하는 임 대표의 블로그를 보고 고등학생이 주문을 하면서 온라인 판매가 줄을 이었다. 고등학생이 자신이 활동하던 파충류 카페 모임에 후기를 올리며 온라인에서 사람과곤충이 입소문 났던 것.
 

 이제는 곤충과 관련해서 임 대표는 나름대로 인지도도 있고 자리를 잡았다. 자신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알아낸 노하우도 아낌없이 알려준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사람을 만나고 전화를 받으며 사는 임 대표를 보며 주변에서는 오지랖 좀 부리지 말라며 걱정스러워 하지만 그는 간절함으로 찾아오는 사람을 외면할 수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그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2016년 경 곤충농장이 돈이 된다는 소문을 듣고 사업을 하려는 사람도 많이 찾아왔었다.

 임 대표는 그때마다 단호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수익이 많지도 않았고 꼼꼼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임 대표도 지금까지 소득을 위해 다른 일을 해오다 이제 6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자리 잡아가고 있다.
 

 "원주4H와 토닥맘의 조미화 대표, 조정치 더착한농장 대표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 것이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고 말하는 임 대표는 올 하반기 곤충농장과 애견카페를 함께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연남 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