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산동 민긍호 의병장 묘역. 1954년 권준 장군이 지금의 자리로 이장했다.

원 시장, 지난해 연말 광복회와 간담회서 제안

▲ 존치 논란이 있는 민긍호 의병장 묘역 앞 충혼탑.

원주시가 봉산동 민긍호 의병장 묘역 이전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전이 확정되면 사유지를 통하는 비좁은 진입로와 주차문제, '충혼탑'과 관련된 논란 등 십 수년째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주시와 광복회 원주연합지회 등에 따르면 원창묵 시장은 지난해 연말 광복회 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사유지 내에 조성된 묘역 규모가 협소하고 주변 환경도 좋지 않아 묘제를 지낼 때마다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며 "묘역 이전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광복회의 요구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민긍호 의병장 묘역을 둘러싼 문제 등이 중점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긍호(1865~1908년) 의병장은 원주봉기가 도화선이 돼 전국적인 항일투쟁으로 전개된 정미의병을 주도한 인물이다. 1865년 경성에서 출생한 민 의병장은 1897년 원주진위대 고성분견대 정교(正校)로 근무했으며 1901년 특무정교로 원주진위대에 전입했다.

일제의 군대해산에 항거, 1907년 8월 5일 무기고를 점령하고 무장봉기를 일으켰으며 김덕제·윤기영 의병장 등과 함께 구국의 횃불을 높이 들었다. 이는 원주 정미의병사의 시발점이 됐다.

민 의병장은 무장봉기 이듬해인 1908년 2월 29일 치악산 강림 등자치에서 순국했으며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받았다. 당시 강원관찰사 황 철이 귀순을 권고하자 '내 뜻은 나라를 찾는데 있으므로 강한 도적 왜와 싸워 설혹 이기지 못하고 영혼이 망망대해에 떠돌게 될지라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답신을 보내 흔들림 없는 의지를 밝힌 일화는 유명하다.

민긍호 의병장 묘소는 원래 평원동에 있었으나 1939년 흥업면 무실리로 옮겨졌던 것을 1954년 5월 북부지구 경비사령관 권준 장군이 다시 현재의 위치로 이장했고, 2013년 10월 묘역정비 공사를 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묘역이 사유지 내에 있고 사찰과 주택 사이 좁은 샛길을 지나야 하는 진입로와 주차문제 등으로 오래 전부터 이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묘역 앞에 있는 충혼탑은 논란의 중심이 됐다.

민긍호 의병장 충혼탑은 1954년 묘역을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권준 장군의 주도로 콘크리트 재질로 건립됐다. 하지만 광복회와 항일독립운동 원주기념사업회, 강원역사교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원주·횡성지회 등 보훈단체와 역사단체들은 충혼탑에 대표적 친일인사인 정일권 당시 육군참모총장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민긍호 의병장을 대장(大將)이 아닌 대장(隊長)으로 표기해 격하시켰다며 충혼탑 재건립을 요구해왔다.

원주시는 지난 2013년 묘역 정비 당시 보수를 통한 원형 존치를 결정하면서 충혼탑 앞에 역사적 배경과 과정을 설명하는 안내판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원 시장은 "현재 묘역은 1954년 이장한 자리로 원래 위치가 아닌 만큼 묘역 이전에 특별한 걸림돌은 없을 것 같다"면서 "묘역이 사유지 내에 있어 주변 환경 개선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광복회 등 보훈단체 및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희 원주시 복지정책과장은 "묘역을 정비한 지 몇 해 되지 않았고 카지흐스탄에 있는 유족과의 협의는 물론, 이전 대상지를 찾아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해야하는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아 당장 이전이 추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제의 침탈에 맞서 국권수호를 위해 헌신한 민긍호 의병장에 걸맞는 선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