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는 다양한 장난감으로 가득 차 있다.

알록달록한 장난감으로 가득 채운 채 원주를 누비는 택시가 있어 화제다.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놀이방이자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을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이다. 승객들은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즐거움을 선사하는 택시를 '행운택시'라고 부른다.

행운택시 운전기사 김선응(66) 씨는 오랜 시련 후 만난 행운택시가 자신에게도 행운을 가져다줬다고 한다. 젊은 시절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했던 그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아파트 경비로 취직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으로 그만두게 되면서 마지막 직업으로 택시 운행을 택했다.

좌절 속에서 영업 택시 운전대를 잡은 그에게 아내는 3년 간 무사고로 운행한다면 개인택시 면허를 사줄 것을 약속했다. 낮밤이 바뀌는 업무시간 탓에 힘들었지만 무사히 3년을 넘기고 약속대로 개인택시를 갖게 됐다.

원주시보건소 도움으로 오랫동안 피워왔던 담배를 끊자 그 돈은 고스란히 손주들에게 들어갔다. 손주들이 올 때마다 한 두 개 씩 사 모았던 장난감을 늘 함께하는 택시에 꾸몄다. 손주와 함께 스티커를 붙이고 장난감으로 채워 넣은 택시는 손주들은 물론, 탑승하는 승객들에게도 즐거움을 줬다.

▲ 김선응 씨가 운행하는 행운택시는 스티커로 꾸며진 외형부터 남다르다.

스티커로 꾸며진 차체의 문을 연 승객들은 내부에 가득 찬 장난감을 보고 깜짝 놀란다. 다양한 장난감과 인형, 동화책, 모빌 등이 빼곡히 공간을 채운다. 행운택시에 자신의 장난감이나 책을 기부하는 어린이 승객도 있다. 차안에 비치된 방명록에는 택시를 탔던 승객들의 소감이 적혀 있다.

행운택시라는 이름 역시 탑승객이 지어줬다. 좀처럼 보기 힘든 택시라 두 번째로 탑승한 승객이 행운택시라며 반가워했다. SNS에서는 행운택시 탑승을 인증하는 사진들이 수두룩하다. 운행 중에도 행운택시를 알아본 사람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기도 한다.

김 씨는 계절마다 택시 내부의 분위기를 바꾸거나 4번 째 탑승객에게는 행운택시 캘리그라피가 담긴 졸업장을 전달하는 등 승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소소한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운행 1주년을 기념해 백간공원에서 작은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원주 전역에서도 특히 그가 자주 손님을 태우러 가는 곳은 병원이다. 힘든 병마로 싸우느라 지친 환자들에게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만큼이라도 즐거움과 활력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김 씨는 "치료로 힘든 환자들이 택시 내부를 보고 아이같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택시기사로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며 "손주 녀석 덕분에 행운택시라는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을 얻었다"고 말했다.

처음 행운택시를 보고 껄끄러워했던 동료들이나 불편해하던 승객들의 인식도 변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그의 택시를 타보고 싶어 할 정도다. 김 씨는 "택시기사로서 승객과의 소통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힘이 닿는 데까지 행운택시를 운행하며 승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