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원주 지역경제는 바람 앞의 촛불과 같았다. 생산과 고용이 위축되고 수출이 부진하면서 지역경제 분위기가 싸늘했기 때문. 활황세를 이어가던 주택경기도 침체 일로를 겪었고, 농업 또한 기상이변으로 수확량이 줄어 식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면류 수출은 2017년에 이어 호조를 이어갔고, 출렁다리를 위시한 관광객 증가 또한 눈부신 한 해였다. 5가지 키워드를 통해 2018년 원주 경제를 되짚어 보았다.

▲ 지난 7월 열린 구인구직 해피데이. 원주는 도내 18개 시·군 중 실업률이 높다.

고용: 실업자 도내 최다
통계청에 따르면 강원지역 취업자 수는 2014년 1만5천 명, 2015년 2만 명, 2016년 9천 명, 2017년 4만 명 증가했다. 하지만 2018년은 ▷지역경기 둔화 ▷자영업 채산성 악화 ▷인구구조 변화 등에 기인해 전년대비 1천 명 줄었다. 특히 4~8월에는 5개월 연속 감소하기도 했다. 

취업자가 늘지 않은 것은 원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통계청이 지난 8월 말 발표한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결과에서 원주는 도내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고, 실업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었다. 원주시 실업률은 4.3%이며, 실업자는 8천 명에 달했다. 이는 도내 2위를 기록한 동해시(3.6%)나 3위 삼척시(3.3%)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고용률은 59.1%로 도내 18개 시·군 중 13위를 기록했다. 취업자 수는 17만2천 명으로 도내에서 가장 많았지만 임시직이나 일용직 같은 비상용근로자가 늘어난 측면이 있었다.

청년 취업자 수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었다. 지난달 기준 전국 청년 인구는 155만6천 명이고, 취업률은 49.5%이다. 원주시는 6만5천 명, 취업률은 35%로 전국 최하위 수준을 맴돌았다. 김지헌 원주시의원은 "춘천만 하더라도 청년발전 지원조례를 제정해 청년의 사회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원주시는 청년지원을 위한 기본조례나 관련 인프라조차 부재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미분양 적체로 주택시장 위축
2017년 활발했던 주택시장은 2018년 상황이 급변했다. 신규 공급물량이 확대되고 미분양 적체가 심화되었기 때문. 이 가운데 개발호재도 소멸해 수요 자체가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3년간 원주시 공동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물량은 1만6천740세대에 달했다. 원주시 인구가 늘어나고 동계올림픽 호재로 수도권 접근망이 개선되면서 아파트 신규공급이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11월 기준 1천335세대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 4월부터 원주를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아파트 공급은 넘치고 미분양은 적체되니 시장에서는 가격 하락 현상이 만연했다. 분양가보다 수천만 원 싸게 파는 아파트가 등장했고,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깡통아파트도 출현했다. 아직도 원주시엔 4천세대 이상의 신규 공급물량이 예정돼 있어 주택시장 위축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주력 산업: 자동차부품 수출 비상
원주 제조업의 한 축을 차지하는 자동차부품산업이 지난해 수출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2013년까지 꾸준히 증가하던 수출이 최근 4년간 50%가량 감소했기 때문. 2000년대 초반부터 2009년까지 원주 자동차부품산업은 연간 2억5천만 달러의 수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강원지역본부는 도내 자동차부품수출액이 2013년 4억2천만 달러, 2014년 3억4천200만 달러, 2015년 2억7천600만 달러, 2016년 2억2천8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4년 만에 그야말로 반토막이 난 것이다. 문제는 수출 감소가 심각해질수록 지역 일자리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역 대표기업인 만도의 경우 2010년 1천214명에서 2014년 1천136명으로 인력을 감축했다. 자동차부품업계는 업계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면 산업 전망이 더 어두워질 것으로 예측했다.

 

▲ 기상이변으로 과수 나무에 꽃이 피지 않는 현상이 발생해 농민들의 애를 태웠다.

농업: 기상이변, 농업경제 직격탄
소초면 한 복숭아 농가는 전년대비 지난해 복숭아 수확량이 30% 가량 줄었다. 냉해로 수정 불량이 발생해 과수 크기가 작아졌고 가뭄으로 인한 낙과도 많았기 때문. 배농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평년 최저기온보다 2~3℃ 낮은 냉해가 찾아오면서 잎이 피지 못하거나 흑색으로 변한 꽃눈이 많았다.

한 농가는 배나무 700주 가운데 80% 이상이 동·냉해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2018년은 지난겨울부터 이어진 동해, 냉해, 폭염 등으로 전체 농가에 어려움을 안겨 주었다. 지난 6월엔 신림면 두 농가가 과수화상병에 걸려 강제폐원 절차를 밟았다. 기상이변은 식탁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7월 수박 가격은 전년대비 184%나 급등했고, 자두 또한 140% 상승했다. 최상급 과수는 사라졌고, 상품가치가 없는 것은 입고가 안 돼 공급물량이 예년보다 훨씬 적었다. 신선채소 출하도 마찬가지어서 식탁물가는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 지난해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은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받게 됐다.

근로시간 단축: 기업 부담 가중
지난해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300인 이상 업체의 근로시간이 단축됐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 것이다. 원주에서는 25개 사업장이 적용을 받았다. 근로시간이 감소하는 만큼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하지만 여건이 좋지 않은 기업이 상당수였다. 일부 기업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량을 줄이는 고육책을 내놓기도 했다.

강원연구원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 도내에서는 5천373명의 추가인력이 필요하고 기업 당 최소 3천946만 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운수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원주 시내버스 노선 15개가 2019년부터 폐지됐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