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과 배려가 의사소통 기본"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정주형(36) 이사장은 직업상 의사소통이 힘든 사람들을 주로 만난다. 발달·지적장애아동을 비롯해 말을 더듬는 성인까지…. 이들에게 심리·미술치료 등을 하며 안정적인 언어 능력을 길러주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하루의 대부분을 조용히 앉아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보내고 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아나운서처럼 의사소통을 완벽히 잘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심지어 대통령도 발음이 썩 훌륭한 편은 아니거든요. 중요한 것은 공감 능력입니다. 상대방 의도를 이해하고 거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가장 중요해요"

그는 대학에서 언어병리학을 전공한 후 대학병원에 취직해 언어재활사로 근무했다. 직업적으로 목소리를 많이 쓰는 교사, 목사, 스님, 가수지망생들에게 올바른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당시만 해도 서울이나 수도권에선 언어치료센터를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원주에는 이를 교정하거나 치료할 기관이 드물었다. 때문에 언어재활사를 고용하는 기관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주는 곳도 없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저희를 전화가 오면 달려가는 호출형 근로자로 분류했어요. 수요가 적다보니 병원이나 기관에서는 필요할 때만 저희를 부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언어재활사가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하면 더 나은 치료를 해드릴 수 없어요. 언어치료를 위한 연구활동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2014년 뜻을 같이 하는 지인과 동료를 모아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을 창립했다. 언어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나 치료를 받기 힘든 소외계층에게 안정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연 첫해부터 원주시장애인부모연대와 협력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세 살 아이인데 말더듬이 심해 과잉 행동까지 보이는 아이를 만났어요. 옛날 분들은 '너는 말도 제대로 못하냐'고 핀잔을 주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부모님에게 아이와 같이 올바르게 대화하는 법부터 알려드리려고 노력해요. 말은 잘 못하지만 아이가 하는 작은 몸짓 한 동작도 하나의 표현 수단이 되거든요. 저희에겐 그 작은 몸짓 하나도 관심의 대상입니다"

말을 더듬던 아이는 부모와 함께 두루바른협동조합에서 1년여 동안 치료를 받았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서 어린이집에서 발표도 하고 또래 친구들과 섞여 노는 일도 많아졌다. 마음 한편에 돌덩어리 지니고 살던 부모도 이제는 한 숨 돌리게 됐다.

"치료를 다 마친 아이들이 뛰어와 안기고 선생님과 같이 잘 노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요. 아무래도 이곳 분들을 통해 자신이 존중받는 다는 느낌을 갖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해주니 저나 선생님들 모두 직업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드물긴 하지만 언어치료를 위해 정주형 이사장을 찾는 성인들도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경제력이 부족한 장애인이다. 아동은 정부가 치료비를 지원해주지만 성인들은 혜택이 없어 불편을 안고 사는 경우가 많다. 정 이사장은 올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들에게 언어 치료를 해주었다.

한편, 그는 우리 지역사회가 상대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존중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주에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케케묵은 갈등도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원주시가 발행하는 행복원주 신문에 5년째 칼럼을 쓰고 있어요. 첫 번째 썼던 글이 '똘레랑스'(tolerance·프랑스어 '관용' 나와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가 흐르는 대화였는데 지금도 같은 주제로 기고하고 있습니다.

눈을 마주보며 서로를 존중해 주는 대화. 그런 일들이 일상화 되면 개인과 개인, 기관과 주민, 기관과 기관과의 갈등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문화가 우리 원주에 꼭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가 바라는 따뜻한 의사소통이 흐르는 사회가 내년 원주 곳곳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