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반 사고로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한 여인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제가 남편하고 결혼식을 올린 지 한 달밖에 안 돼 미처 혼인 신고를 못 한 사이에 탄광에서 일하던 제 남편이 갱도가 무너져 바위에 맞아 사망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법적으로 그 사람 아내가 아니어서 보상금을 받지 못한다고 하네요. 너무 억울하기도 하고 앞으로 살길이 막막해서 변호사님을 찾아왔습니다. 저 좀 도와주세요"
 

 울먹이며 하소연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새댁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눈물을 흘리는 새댁을 바라보며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궁리했습니다. 순간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결혼한 지 한 달 됐다고 하셨죠? 그럼 혹시 아이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네요. 산부인과에 한번 가보십시오"
 

 '아이는 갑자기 왜?' 새댁은 의아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임신을 하셨고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면 보상금은 모두 아이에게 상속이 되거든요. 그 돈은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어머니가 관리하게 됩니다. 결국 실질적으로는 부인이 상속받는 것과 같지요" "아 그런가요?"
 

 절망에 젖어 있던 새댁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떠올랐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산부인과에 가봐야겠어요"
다음날 다시 저를 찾은 새댁은 환한 얼굴로 제게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것참 잘됐네요. 지금 바로 산부인과에 가셔서 임신 사실 확인 진단서를 발급받아 오세요"
 

 다음날 저는 죽은 광부의 아내가 임신했으니 사망 보상금 전액을 태아에게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장을 새댁이 건네준 임신 사실 확인 진단서를 첨부해 남편이 다니던 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임신 사실을 모르고 망인의 다른 상속인들에게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지급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 사실을 안 탄광에서는 죽은 사람의 어머니에게 주려던 보상금을 주지 않고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가, 이내 아이가 태어난 후 아이의 법정대리인이 되는 새댁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