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를 지나면서 점차 모습이 감춰졌던 장승이 소초면 흥양리 상초구마을에 세워진다. 사진은 강원민예총과 경기민예총이 지난해 11월 평창군 봉평면 효석광장에서 개최한 장승예술제. 장승을 세우기 앞서 점안식을 하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흉년과 재앙, 액운을 막아줄 수호신으로 장승을 세워왔다. 현대를 지나면서 점차 모습이 감춰졌던 장승이 소초면 흥양리 상초구마을에 세워진다.

디자인 차원에서 길 옆에 설치한 장승을 제외하고 마을주민들이 합심해 전통방식 그대로 장승을 깎아 세우는 일은 10여년 만이다. 지난 2006년 부론면 손곡리 주민들이 임경업장군공원 앞에 세운 장승이 원주에서는 마지막으로 알려져 있다.

장승 건립은 상초구마을이 가진 역사와 전통을 눈 여겨 본강원민예총 풍물굿협회(회장: 류재광)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경기민예총과 함께 평창군 봉평면 효석광장에 평화올림픽을 기원하는 장승을 세우고 장승예술제를 개최한 강원민예총은 그동안 전통풍습을 이어갈 마을을 물색해 왔다.

매년 꽃창포 축제가 열리는 흥양리 상초구마을은 지금도 정초에는 성황당에서 마을의 수호·안녕·풍요를 기원하는 ‘동제’를 지내고 정월대보름 풍속을 이어가는 등 마을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지역 예술가들의 제안에 마을주민들이 적극 화답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주말 최락철(37) 엄마나무숲 대표가 장승을 깎고, 이준섭(61) 상초구마을 반장이 글씨를 새겼다.

오는 27일은 오후2시부터 마을의 안녕과 발전을 비는 ‘흥양리 장승굿’을 개최할 예정이다. 장승굿은 강원민예총 풍물굿협회가 주관하지만 깎아 둔 장승을 마을 입구까지 이동하는 장승목도부터 세우는 일까지 모두 마을주민들 손으로 이루어진다.

사고 없이 장승이 세워지길 기원하는 고사를 시작으로 장승에 눈동자를 그려넣는 점안식과 명문 채단, 장승혼례 등이 진행되며 이후 마을 입구로 옮겨진 장승을 세우고, 놀이마당을 펼칠 계획이다.

강원민예총 풍물굿협회 류재광 회장은 “지역의 전통이 살아 숨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마을주민들에게 장승 건립을 제안했다”며 “마을에 문화가 꽃피면 온 도시에 문화가 꽃 피울 것이라는 믿음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