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집에 오가는 아들은 주로 기차를 이용한다. 아들을 데리러 또는 데려다 주러 역에 가다보면 붉은 유리창 너머 화려한 '홀복'을 입고 앉아 있거나 화장을 하고 있는 여성들을 보게 된다. 내게 어릴적 늦은 밤 내렸던 원주역은 공포와 두려움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민망한 공간이다.
 

 2004년 9월 23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1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성매매방지법의 제정과 시행은 수많은 논란과 저항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나, '성매매알선과 구매 행위'를 명백한 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선불금에 의한 착취와 감금, 폭력의 고리에서 성매매 피해자를 보호하자는데 우리 사회가 합의한 결과였다.
 

 법의 제정과 시행으로 춘천, 강릉, 동해, 태백 등에 있던 성매매집결지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원주역 앞의 밤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주변에 경찰지구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밤이면 버젓이 성매매 업소가 불을 밝히고 영업을 하고 있다. 강원도내에서 원주만 유일하게 성매매집결지가 잔존해 있는 것은 원주시민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희매촌이 있는 학성동 부근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 원주역 인근 역전시장과 희매촌 일대 골목환경 개선사업, 빈상가나 건물을 활용해 청년창업 공간과 공방거리를 조성하고 손수레 조차 못들어가던 길에 소방도로를 개설하는 등 재생계획을 수립, 시행할 예정이다. 그간 열악한 주거환경과 성매매업소 밀집지역이라는 낙인 그리고 안전의 위협 속에 살던 주민들이 새로운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다.
 

 원주시는 최근 "성매매피해자등의 자활지원에 관한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성매매 피해자의 자활을 돕기 위한 조례이다. 성매매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억압으로(폴 허버드 판사) 성매매집결지는 유리벽 안에 여성을 전시해 상품화하고 돈을 지불하고 성을 거래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그간 정부는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정작 단속보다는 감염병을 관리하는 형태의 이중적 정책을 펴 성매매를 묵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왔다. 이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빌미로라도 성매매집결지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없애고 그곳의 종사자들이 '평범한 사람'으로 자립과 자활이 가능하게 해 보겠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이들 성매매 피해자들의 경우 사회적 자원과 연계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적,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성매매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한번 성매매에 종사하게 되면 자의적으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도시개발의 목적 때문이든, 탈성매매를 위한 정부의 책무 때문이건 이들이 또 다른 착취의 공간으로 다시 이동하는 대신 자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를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다.
 

 무엇보다 성매매 여성은 '선도해야 할 윤락여성'이 아니라 '성 착취와 억압'에 따른 '피해자'로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진정으로 우리 사회가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들의 자활을 원한다면 성매매 구조를 제대로 바라보고 알선자들과 구매자들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