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주가 마을도로를 폐쇄해 논란을 빚고 있는 서곡3리 도매촌길.

수십 년 간 마을도로로 사용하던 현황도로에 대해 토지 소유주가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원활한 통행을 위해 농어촌도로 지정을 요구했으나 원주시의 미온적인 반응에 애를 태우고 있다.

강릉원주대학교 뒤편에 위치한 판부면 서곡3리 도매촌길 일대에는 50가구 남짓 거주한다. 자연스레 부락형태로 형성된 마을은 지적도 상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오랫동안 주민들이 통행했던 현황도로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마을 중심을 가로지르는 150m 가량의 도로가 차량과 바위 등으로 막히면서 마을 갈등이 시작됐다. 주민 A 씨가 자신 소유의 논과 인접한 도로의 무단 통행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수년간 개인 소유지를 원주시와 주민들이 무단으로 이용해왔다"며 "주택단지 조성 등으로 공사차량이 다니면서 도로가 파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해당 도로가 수 십 년 전 A 씨의 부친과 마을 주민들이 합의를 거쳐 마을도로로 사용하기로 한 땅이라며 반박했다. 마을 원로들은 "1972년경 A 씨 부친과 협의해 좁았던 오솔길을 현재의 폭으로 넓혔으며, 1988년 새마을사업 일환으로 시멘트를 지원받아 주민들이 함께 포장해 20년 넘게 사용 중"이라고 전했다.

A 씨는 이에 대해 전면 반박하며 원주시와 도로를 통행하는 전입자 등 20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거주 기간에 따른 통행 이용료와 앞으로 이용할 경우 이용료를 지불하라는 입장이다. 그의 요구에 따라 가구 당 연간 평균 100만 원의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반발하며 원주시에서 농어촌도로로 지정 및 개설해 주민들의 통행권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부지 매매를 앞두고 지적도 상 도로가 없어 원주시에 문의하니 현황도로가 있다기에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했는데 지금 와서 토지 소유주가 요구하는 통행료를 내야하는 황당한 상황이 됐다"며 "이에 대해 원주시도 책임을 갖고 농어촌도로 개설에 적극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곳에는 강원도아동복지센터와 자영업체 등 외부기관 5곳이 위치하고 있다. 특히 40여 명의 아이들이 거주하는 강원도아동복지센터는 아침, 저녁으로 등하교 차량과 외부 방문객 등이 이 도로를 이용하고 있어 불편함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주민들은 "센터 아이들이 아프거나 화재 발생시 교행도 되지 않는 우회도로로 돌아가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원주시가 농어촌도로의 시급성을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새로운 진입도로로 강릉원주대 운동장 옆 공터를 제안했다. 이 곳에 도로가 조성될 경우, 현재 A 씨의 소유지를 지나는 도로보다 거리가 짧고 진입로 개설을 위해 마을 내 집을 철거하지 않아도 돼 가장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주시는 주민들의 건의에 난색을 드러내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현재 65개가 농어촌도로로 지정되어 있는 상황으로 예산이 부족해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