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감정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설명한 '감정 자본주의'란 책에 면담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면담자가 들어야 할 내용을 세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1) 응답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 (2) 응답자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3) 응답자가 혼자 힘으로는 말할 수 없는 것.
 

 말하지 않는 것을 들을 수는 없다. 말하고 싶어하지 않거나, 말하기 힘든 것을 말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훌륭한 면담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잘 듣는 것뿐 아니라 잘 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사물을 여러 각도에서 반복해서 보다 보면 보이는 것이 계속 변하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사물에 대해 기억하고 있던 이미지에 대한 확신은 점점 약해지게 된다. 더구나 한,두 번 볼 기회 후에 몇 가지의 이미지만으로 기억하게 되는 경우는 더욱 조심스럽다. 그래서 '잘 본다'는 것은 참 어렵고 조심스럽다.
 

 성형 상담은 고객의 말을 그냥 듣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이는 것이 기준이다. 보이는 외모를 보고 문제를 평가하고 진단하고 수술을 계획하게 된다. 그렇게 수술을 하고 예뻐지면 된다. 사람들은 이 과정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듣는 것과 달리 보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형 클리닉에서 성형 상담을 할 때 한번 상담 후에 바로 수술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가끔은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상담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중 아주 일부는 전과 너무 다른 이미지를 풍겨서 당황하게 되기도 한다. 머릿결, 표정이나 피부색 같은 사소한 변화 하나로도 사람은 달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성형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보여주는 모습만을 봐서는 안 되는 것 같다.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모습이나, 혼자 힘으로는 보일 수 없는 것까지 보고 고쳐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쉬운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