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청아한 음색을 지닌 리코더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지만 제대로 된 연주를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학습용 악기로 인식됐지만 유럽에서는 고(古) 음악 악기로 위상을 인정받고 있는 악기가 바로 리코더다.
 

 올해로 스무 살 성년이 된 원주교사청소년리코더합주단(단장: 신경민 단구초교 교사, 이하 합주단)은 전국에서 흔치 않은 합주단이다. 교사합주단, 청소년합주단은 있어도 교사와 청소년이 함께 리코더를 배우고 연주회를 하는 단체는 전국에서도 이례적이다.
 

 1998년 원주리코더교육연구회로 시작된 합주단은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1999년 12월 창단 연주회를 가졌다. 이후 리코더 저변확대를 위해 2002년부터 원주리코더경연대회를 열었으며 지금은 강원리코더콩쿨로 확대돼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원주 리코더 문화의 선두주자였다.
 

 지금은 단원이 30여명에 불과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80명이 활동할 정도로 저력 있는 합주단이었다.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리코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보니 많은 사람이 참여했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 교과과정에서 리코더를 배우는 것도 아이들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렇게 모인 아이들과 교사는 매주 화요일 오후6시부터 두 시간씩 치악예술관에 모여 연습을 했다. 기초반인 바하반과 합주반인 헨델반이 있는데 바하반은 1~2년 간 운지법을 비롯해 악보 보는 법까지 체계적인 학습을 하게 된다. 학교에서 기초적인 것을 배우기는 하지만 클래식을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헨델 반으로 올라가기까지는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는 실력 향상과 친분을 다지기 위한 캠프를 매년 실시했다.
 

 합주단 운영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학부모회와 교사회에서 매월 회비를 걷는다. 저녁을 못 먹고 연습에 오는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구입하고, 워크숍이나 캠프 예산도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올해는 가톨릭복지관에서 공간을 빌려줘 대관료를 내지 않지만 작년까지는 대관료도 매월 납부했다. 하지만 누구 한 명 싫은 내색 없이 합주단을 위해 선뜻 회비를 내며 20년의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
 

 합주단에 참여하는 학생의 90%는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한 아이들이다. 하지만 매주 연습을 하고 정기연주회를 한 번 하고 나면 아이들은 부모보다 더 리코더를 사랑하게 된다. 아이들끼리도 매주 만나다보니 가족처럼 친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합주단에서 리코더를 연주하다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리코더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도 있다.
 

 두 아들을 합주단에 보내고 있다는 차민정 씨는 "알토, 소프라노, 베이스, 테너로 나뉘어 연주하는 것을 들어본 사람은 다른 어떤 악기보다 맑은 선율에 놀랄 것"이라면서 "아이들도 리코더를 통해 감성이 풍부해지고 무엇보다 형제가 같은 음악을 하니 더 좋은 것 같다"며 리코더 애찬론을 펼쳤다.
 

 신경민 단장은 "아이들이 리코더로 합주를 하면 정말 신기해한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이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학원 시간 등의 이유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면서 "아이들이 지역 축제 등 곳곳에서 리코더 연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