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 편마비·하지절단 중증2급 지체장애 극복 당당히 등단

2년 전인 2016년 4월 제36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열린 치악예술관 앞. 전동휠체어에 앉은 한 중년 남성이 의족까지 벗어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뇌경색으로 인한 전신 우측 편마비로 오른손은 물론 몸 오른쪽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그는 "입원 중 입은 상처가 병원 측의 과실로 악화돼 우측 다리까지 절단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세상을 향해 울분을 터뜨리던 그는 그로부터 2년 후 문학지 두 곳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또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화제의 주인공은 황상정(58·태장2동) 씨. 의료과실을 놓고 병원 측과의 다툼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2년 만에 다시 만난 그는 확실히 변해 있었다. 세상을 향한 원망으로 가득했던 눈빛은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과 가족을 향한 애정으로 가득했다. 

황 씨가 처음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뇌병변이라는 진단과 함께 중증2급 지체장애 판정을 받았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사고가 나더라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고 다시 핸들을 잡는 등 과로한 탓이 컸다. 설상가상 오른쪽 다리까지 절단하게 되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택시 운전을 할 때 승객의 휠체어를 밀어 본 적은 있지만 내가 장애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착하게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느냐고 하늘을 원망하며 매일 울거나 소리를 질렀지요."

사람을 좋아하고 누구보다 친화력이 좋았던 그도 변해갔다. 조그만 일에도 성질부터 부렸다. 애꿎은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눈물을 흘리게 한 일도 많았다. 자살을 생각한 것도 수백 번이다. 하지만 우측 편마비와 하지를 절단한 몸으로는 그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대인기피증에 걸려 방에 숨어 지내며 1년을 보냈다.

그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자신을 감싸주고 품어준 가족이었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막내아들은 병원에서 학교를 다니며 병간호를 했고, 아내는 식당 일 등으로 황 씨 대신 생계를 꾸렸다.

"갖은 고통과 고생 후 마음 다잡고 쓴 글들은 내게 희망이자 생명…
 삶의 용기 일깨워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

황 씨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병원에 입원해서도 술과 담배를 계속 하고 있을 때였다. 중학생인 막내아들이 담배를 들고 병실을 나서는 황 씨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아빠 여기서만 살거야? 집에 가면 그 몸으로 어디 가서 담배를 피울거야?"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세상을 원망했지만 내가 몸 관리를 잘못해 여기까지 왔다고,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형, 동생 하면서 살갑게 지낸 전화기에 저장된 수백 명 중 자신이 장애를 입고난 뒤에도 연락이 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가족은 여전히 자신의 옆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시를 쓰기로 마음을 먹은 것도 가족의 격려 덕분이었다. 학창시절 누구보다 책을 즐겨 읽었고 택시를 몰기 전 신문사 출판부에 근무했던 경력을 기억해 낸 아내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내 인생을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생각에 그 길로 몇 권의 시집과 시조집을 사 읽으면서 독학으로 습작을 시작했다. 경험삼아 응모한 장애인생활수기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임윤지당 얼 선양대회에서 입상하자 자신감도 생겼다.

황 씨에게 시를 쓰는 일은 일반인보다 몇 배는 어려운 작업이다.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왼 손으로 스마트 폰에 한 자 한 자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훌쩍 자라 지금은 대학생이 된 막내아들이 얼마 전 테블릿 PC를 선물했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스마트 폰이 황 씨에게는 유일한 시작노트였다.

그렇게 쓴 글이 370여수. 그 중 일부를 추려 문학지 5곳에 보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월간 시사문단 시 부문 신인상, 계간 지필문학 시조부문 신인상에 당선됐다. 다른 문학지에서도 당선을 알려 왔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간간이 글을 써왔지만 첫 도전에 당선의 영광을 얻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는 황 씨는 "갖은 고통과 고생 후 마음을 다잡고 쓴 글들은 내게 희망이자 생명이었다"면서 "삶의 용기를 일깨워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웃을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힌 그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같은 장애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