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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극장'이라는 여정

시민 주도의 재생과정과 변모 과정 필요하다…시민이 주인인, 시민이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을 것 변해원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l승인2018.08.06l수정2018.08.0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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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극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가끔 발행하는 매거진 ‘모두’를 제작하면서이다. 2015년 1월 아카데미극장을 커버스토리로 한 잡지가 나왔을 때만해도 원주역 근처 문화극장이 같이 있었느니, 그만큼 소중한 존재인지 몰랐다. 그해 겨울 문화극장이 갑자기 팔리며 철거가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문화극장 자리에 만들어졌다. 혁신도시, 기업도시가 들어오며 날로 팽창되어 가던 원주였지만 ‘아쉽다’라는 말은 쉽게 삼켜지지 않았다. 그렇게 유일하게 남게 된 아카데미극장. 이건 좀 지켜내야 하지 않겠니,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였다.

 

 2016년 7월 14일, 첫 번째 ‘아카데미로의 초대’가 시작되었다.

 어느 날, 아카데미극장에 대해 이야기 좀 나누자며 연락이 왔다. ‘원주도시재생연구회’.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곳. 도시재생이라는 말도 풍문으로만 들었지, 원주에 그런 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몰랐다. 시의원, 건축가, 문화기획자 등이 모여서 도시재생이라는 먼 이야기를 당기려고 노력 중이었다.

 ‘우리’는 사전 행사로 시장상인회, 건축학과 교수, 지역 문화단체장 등이 참여하는 포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포럼에서 중요한 발언이 나왔다. 평소 아카데미극장 보전이 ‘웬 말이냐!’며 ‘우리는 주차장이 더 필요하다’는 지론을 펴왔던 한규정 당시 문화의거리상인회 회장이 “상인회 안에서 격렬한 토론을 했고 주차장보다는 아카데미극장 보전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결정했고 지지하기로 했다”는 말을 했다. 손이 아플 정도로 박수를 쳤다.

 그리고 시민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열흘 동안 1천200여명이 참여했고, 88%가 극장 보전을 원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그리고 진행된 ‘아카데미로의 초대’ 행사. 시민들이 보내온 아카데미극장과의 사연 엽서를 걸고, 아카데미극장 바로 맞은편에 있었던, 시공관의 문짝도 가지고 와 전시했다. 100여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고, 지역 언론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몇 번의 ‘아카데미로의 초대’ 행사를 거치면서 단체 중심, 인물 중심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보전운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아카데미극장 보전을 위한 시민 기획위원을 모셨다. 22명의 기획위원이 참여해 2017년 원주역사박물관의 도움을 받아 ‘먼지 쌓인 극장에 불을 켜다’라는 기획전시와 책자를 발간할 수 있었다.

 영상콘텐츠 제작에도 힘을 들였다. 서울영상미디어센터의 도움을 받아 원주 단관극장들의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 <씨도로 시네마로드>, 단관극장과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단편영화 <꿈의 공장>을 제작했다. 그 과정에서 멀티플렉스 극장 개관에 환호했던 원주의 젊은 친구들이 폐관된 극장으로만 여겼던 아카데미극장을 바라보며 다른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아카데미극장, 천천히 천천히 물어가는 시간

 ‘아카데미극장’이라는 고민의 시간이 갈수록, 단순히 오래된 극장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지역재생의 구심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동진(경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역재생을 “쇠퇴하거나 쇠퇴 중인 지역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여 살린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것처럼 아카데미극장에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밤이면 사람의 발길이 끊기는 구도심에 지속적인 문화콘텐츠를 제공하여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할까.

 극장은 영화만을 상영하는 곳이 아니었다. 의연금 모금을 위한 악단 공연이 진행되고 초등학교 졸업식, 시민들이 참여하는 ‘가족노래자랑’이 열렸다. 아카데미극장은 몇 사람의 아이디어로 쉽게 변화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원주를 살아온 많은 이들의 기억이 새겨진 공간은 55년의 시간만큼 두터운 것이다. 그 기억들을 헤아릴 충분한 시간이 시민들에게는 필요하다. 원주의 대중문화를 이끌던 극장의 현재적 의미를 따져 어떤 공간으로 변모해야 할지, 쇠퇴해가는 구도심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시민 모두가 천천히 천천히 재생의 의미를 물으며 찾아가야 하는 공간이다. 그래야 아카데미극장이 구도심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공간으로 우리에게 다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시민 모두의 아카데미극장을 상상한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뉴딜사업에 시민 참여는 필수적인 평가요소이다. 2016년부터 진행된 ‘아카데미로의 초대’는 문화기획자, 상인회, 건축가 등이 자발적으로 나서 아카데미극장을 보전하고 이를 통해 구도심을 활성화해보자는 시민 프로젝트이다. 마침 원주시도 국토부에 신청한 뉴딜 사업안에 아카데미극장 매입과 리모델링 비용을 책정했다. 아카데미극장을 원주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가치를 담은 공공재로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관 협력 문화거버넌스를 통해 아카데미극장의 미래를 같이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아카데미극장을 시민자산화 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도시재생기금과 임팩트 투자, 원주 시민들의 기부를 통해, 아카데미극장을 ‘시민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보고자 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 대학로 샘터사 사옥은 그 역사, 사회, 문화적 가치를 이해한 사람들에 의해 미래 세대의 혁신적인 실험 공간으로 쓰여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남의 일만으로 두고 싶지 않다.

 여태 한 이야기의 중심에는 ‘시민’이 있다. 시민 필요에 바탕한, 시민 주도의 아카데미극장 재생과정과 변모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반짝 찾아가다 천덕꾸러기가 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이 주인인, 시민이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다. 그래야 원주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진행해 갈 도시재생의 긴 여정이 온전히 원주 시민의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변해원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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