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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할 수 있을까?

용정순 전 원주시의원l승인2018.08.06l수정2018.08.0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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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으로 이사한 다음 해 초에 태어난 아이가 20대 중반이 되어 가니 내가 사는 아파트는 20년이 넘었다. 도심 한가운데 200여 세대의 소규모 아파트로 그때만 해도 원주에서 최초로 평당 분양가가 200만 원이 넘었던 곳이다.
 

 앞쪽으로는 멀리 치악산 골짜기의 바람이 한달음에 달려오고 뒤쪽으론 백운산과 한라대학교까지 보였다. 시내와 학교가 가까워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다. 아이는 초중고를 다니는 12년 동안 학교까지 걸어 다녔다. 실상은 맨날 늦어 뛰어 다녔단 말이 맞다. 같은 통로에 살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무실동으로, 행구동, 반곡동으로 옮기는 동안 우리는 입주 때부터 거주하는 몇 안 되는 터줏대감이 됐다.
 

 요즘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은 직업이 직업인지라 엄두를 내질 못했는데 지난번 온수관이 터져 아랫집 도배비용까지 물어준 걸 생각하면 언제 또 다시 누수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도배며 장판이며 돈 들어갈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게다가 몇 달 전 전기차를 구입했는데 우리 아파트엔 충전기가 설치되지 않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도심 외곽의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할까 생각했는데 20여년 후에도 재산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우리나라 올해 합계 출산율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1명 밑으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최초로 한 해 출생아 수가 30만명대로 떨어졌는데 이렇게 되면 2022년 전에 한 해 출생 아동이 20만 명대로 떨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원주지역 25개 읍면동 몇 개의 동네 빼고 절반 이상의 지역이 자연소멸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데 자칫 사람이 얼마 살지 않는 시골로 이사 갔다간 나중엔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 같다. 시내 상가나 원룸 달린 주택으로 옮기면 고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을 듯 하지만 일산동이나 원인동 골목 안까지 원룸, 투룸이 잔뜩 들어섰다. 태반이 비었다. 상가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사 가능한 아파트를 찾아보았다. 지금 사는 집을 팔고 돈을 더 보태 가야 할 판인데 매물이 많아도 너무 많다. 650여 세대인 무실동 모 아파트는  매물 건수만 80건이다. 전세까지 합치면 6세대 중 한 세대가 집을 내놓았다. 아는 분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업도시 아파트를 분양 받았는데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빚을 내 중도금과 잔금을 치러야 할 판이라고 한다.

 불과 3년 전 원주시 분양시장 최초 최단기간 완판을 기록하던 기업도시 내 아파트가 지금은 분양가 이하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묶여 있는데 앞으로도 2천 세대 입주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중앙공원 내 아파트 등 분양물량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내놓으면 매매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지금 아파트를 구입하면 가격이 더 떨어져 손해를 보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주택 등 부동산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집값이 하락하면 서민들에게 좋을 것 같지만 역기능이 더 심각하다. 미분양된 건물이나 빈 상가 빈 주택은 도시관리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늦었지만 주민의 재산을 지키고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할 지방정부의 제대로 된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원주의 개발가치를 쫒느라 정말 소중한 원주의 '가치'를 잊고 파괴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이다. 지금  원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 그것이 타 지역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자 원주의 진짜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용정순 전 원주시의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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