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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틔움지기 정종숙 씨

"나누며 사는 삶이 진정한 행복이죠" 서연남 시민기자l승인2018.08.06l수정2018.08.0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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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누는 줄도 모르고 나누는 사람이 있다. 그냥 즐거워서 한 일이었고, 하다 보니 행복해졌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의 가치가 있었기에 더 바랄 것이 없었던 성공회 원주 나눔의 집 카페 틔움 지기 정종숙씨(55). 홀몸 어르신을 찾아가 반찬을 전해 주는 자원봉사를 하다 나눔의 집에서 '우리 동네 어르신은 우리가 돌본다'는 모토로 시작한 홈헬퍼 사업 상근자로 시작된 인연은 내년이면 꼬박 20년이 된다. 자원봉사로 시작해 지금은 상근자 중 최고참 선배가 된 것.
 

 나눔의 집에서 정씨가 이렇게 오래도록 일하고 있는 것은 '나눔' 때문이다. 성공회 원주교회가 운영하는 나눔의 집은 교회 헌금의 50%를 나눔의 집에 후원하고 있고 나눔의 집에서는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좀 더 많은 나눔을 하기 위해서는 나눔의 집에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필요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들기름 생산이었다. 원주생협에서 기계를 인수해 학성동에 기름집을 차렸다. 보증금은 정씨 사비였고 들깨를 생협에서 받고 생산된 기름도 생협에 납품했다. 당시 김경현 신부와 밤낮없이 일했지만 들깨 납품에 문제가 생겨 1년 만에 문을 닫아야했다. 보증금에서 몇백만원은 고스란히 날렸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살길을 모색했다. 사회적기업 지원이 확대되면서 밥풀과자를 생산하는 햇살나눔을 설립했다. 횡성에 있는 영농조합법인 산골농장의 도움을 받아 시작한 햇살나눔은 초창기에는  모두 수작업으로 해야 했다. 새벽 2~3시까지 매일 동료들과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다. 하지만 몸은 반복되는 과로와 피로에 반응했다. 폐경이 왔다. 흔히 말하는 갱년기 증세도 일에 치여 모르고 살았다.
 

 "내 몸이 아프고 힘든 건 괜찮았는데 당시 고등학생인 아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미안하고 오래도록 가슴이 먹먹하다"는 정씨. 당시 정씨는 아침만 챙겨주고 얼굴 보기 힘든 엄마였다. 공부 잘하는 똑똑한 아들이었고 주변에서 조금만 신경 써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운 말을 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은 더 커진다.
 

 그렇게 동료들과 함께 이룬 햇살나눔은 이제 안정적인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정씨에겐 자식 같은 사업이었다.
나눔의 집에 있으면서 정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동체다. 그래서 생활문화 공동체 사업으로 풍물, 요가, 우쿨렐레, 공방 문화교실을 열었고 주민들과 호흡하며 보냈다. 세월이 꽤 흘렀는데도 주민 4명은 여전히 연주를 하고 있으며 미싱 공방에서 미싱을 배운 주민은 이제 직접 옷을 만들어 입는다. 호저 주민들의 소식을 전하기 위한 호저신문도 만들었었다.
 

 햇살아동지역센터장으로 있을 때는 어둡기만 했던 골목에 주민, 이웃 기관인 준법지원센터와 벽화를 그렸다. 골목길에 평상도 만들어 어르신들이 지나다 쉴 수 있도록 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무엇인가를 이뤄가는 게 정말 재밌었다. 작년부터는 후배에게 센터장 자리를 내 주고 청소년의 자립을 돕기위한 책방을 겸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독립작가를 초청해 북콘서트도 열고 6월부터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12시까지 문 여는 심야책방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근 희매촌여성들과 어떻게 고민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중이다. "그들이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네일아트다.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는 더 고민해 봐야겠지만 학성동 일대에 공방, 문화교실을 운영하는 지인들을 하나둘씩 부르고 향후 10년 안에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동네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씨에게 삶은 명사로 고정하는 게 아니라 동사로 구성돼있다. 자원봉사자에서 사무국장, 지역아동센터장 그리고 다시 카페지기. 나눔의 집 경력 19년차지만 월급은 100만원에 불과하다. 정씨는 "어느 자리에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좀 더 나누는 삶을 사는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낮은 자리에 사는 사람들과 결을 맞추는 연습을 매일하고 있는 정씨. 욕심내지 않고 사는 가장 큰 힘은 '기도'이고 '나눔'이라고 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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