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의 모 장애인학교에서 교사가 여러 명의 학생을 수년간 성폭행 해온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학부모와 시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더구나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A 씨는 평소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으며, 교사로서의 실적도 좋고 동료 교사나 학부모들에게도 성실한 이미지로 인식됐던 교사라서 지역민과 학부모들의 놀라움은 더 컸다.

 그러나 조사결과 피해학생이 더 나왔고, A 교사가 특수교사 자격증이 없다는 점과 학교가 A 교사의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 대처를 하지 않았으며, 가해 교사 아버지가 학교 재단 감사로 재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면수심이니, 도가니 사건의 재현이니, 학교가 비리의 온상이니, 소문이 흉흉해지더니 결국 해당학교의 교장이 자살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학생들을, 그것도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특수학교 안에서 교사가 학생을 어떻게 상습적으로 성폭행 할 수 있냐고 다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흥분하지만 이 사건은 조사결과를 보면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해당학교는 지난해 도교육청 감사에서 특수교사 자격문제가 적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성폭행 사건이 수면위로 드러나기까지 성폭력 예방 교육 및 조사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성관련 문제는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주의 여러 학교에서도 교사에 대한 성차별적이거나, 성희롱적 발언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접수되지만 아직도 많은 학교장이 적극적 대응보다 해당교사를 불러 타이르거나 각서를 받는 식으로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를 믿지 못하고 언론에 제보를 하거나 SNS를 통해 폭로하는 형태로 사건이 발화되고, 교육청에서는 앞으로는 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하지만 성관련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 상 모든 교육기관은 학생과 모든 종사자를 대상으로 매년 4대 폭력관련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되어있지만 제대로 지키는 학교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성폭력과 성희롱은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머릿속에서 인식하는 성폭력은 늘 깜깜한 밤 골목길에서 흉기를 들고 납치 강간하는 강력사건만을 그려왔다. 그러나 27분에 1건씩 발생하는 성폭력사건의 80% 이상은 아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며, 성희롱사건은 직장 내에서 발생한다.

 또한, 신체적인 것 뿐 아니라, 언어적, 시각적, 정서적 폭력이 모두 포함된다, 도촬은 물론, 단톡방에서 자기들끼리의 수다도 처벌대상임을 알아야한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나의 말이나 행동은 적절한가를 돌아봐야한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타인의 경계를 침범하거나 성적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에 대해 칭찬이라거나, 농담, 그리고 조직문화라는 이름으로 용인하고 눈감아 왔다. 또한,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 규범이나 성별 고정관념도 우리 안에 관습으로 박혀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성폭력이 노출이 심한 옷차림이 문제라거나, 과도한 음주가 원인이라거나, 충동적인 남성의 본능을 자극한 여성이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호도되어 여성과 아동들에게 "피해당하지 않으려면 네가 조심하라"고 가르쳐왔다. 그러나 폭력은 어떤 이유이건 가해자가 문제인 것이다. 그것은 로맨스도, 본능도, 뭣도 아니다. 그저 경계의 침범이고 범죄이다.
 

 미투 운동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피해자가 내가 뭘 잘못했나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처벌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 '어릴 때부터 가해하지 않는 법을 가르치는 것', '주변인으로 목격자로서 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이웃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야만 서지현 검사도, 고 장자연 씨도, 태백의 피해자들도 모두 당당하게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