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부 견사에 있는 반려견과 놀아주고 있는 황순애 씨.

무더운 여름 가족들과 함께 시원한 휴가를 보내는 이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유기동물 발생이 급증하는 시기다. 평소의 2~3배가 넘는 유기견들이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거리를 떠돌거나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휴가지 등에서 버려지는 것이다. 

이들이 가족으로 받아들였던 동물들을 버리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덩치가 커져서, 새끼 시절보다 덜 귀여워서, 늙고 병들어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서 등등. 하지만 황순애·강기태 부부에겐 앞서 나열한 이유들이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 부부는 사람들이 '그런' 이유들로 반려동물을 외면할 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더 따뜻하게 마음으로 품는다고 말한다.

행구동에서 다육식물원을 운영하는 부부는 원주에서 소문난 동물활동가다. 수 천 개의 다육화분이 빼곡히 들어선 농장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을 매만지며 반기는 아내 황순애 씨를 만났다. 황 씨는 민낯이 쑥스러운 듯 "평소에 화장을 하지 않는다"며 "동물실험을 통해 화장품과 약품이 개발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둘 다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황 씨는 우연히 친구가 버린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면서 유기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예쁘고 귀여운 개들보다 아프고 외면 받은 아이에게 더 눈길이 갔다. 결혼 전 혼자서 24마리의 유기견을 키웠던 아내는 남편을 만나 동물보호단체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두 사람은 평생을 아픈 동물들을 돌보며 살기로 결심했다.

현재 이 부부와 함께 생활하는 30마리의 개들은 모두 아픔을 지닌 아이들이다. 안구를 적출했거나, 올무에 걸려 다리가 절단된 경우,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리를 저는 등 대부분이 입양을 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부는 전국 각지에서 구조요청이 있을 때마다 아무리 먼 거리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데려왔다.

그들의 적극적인 동물보호활동은 일부 지자체의 열악한 유기견 처우 개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 지자체의 유기동물보호센터장이 유기견을 불법으로 개장수에게 팔아넘기는 것을 알게 된 부부는 해당 부서에 즉각 조치를 요구하고 본인의 땅을 임대해 임시보호소를 직접 운영했다. 당시 부부가 키우던 반려동물까지 150여마리에 달하는 유기견을 직접 사비를 들여 10개월간 보호한 덕분에 지자체에서는 직영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를 설립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매년 수십 곳의 유기견보호소에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봉사와 구조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한, 그들이 키우는 아픈 유기견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사료와 약값, 수술비 등 대부분의 수입이 개들에게 지출된다. 부부는 "후원금 제안이 많이 들어오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다"며 "열악한 상황에서 유기견을 돌보는 이들도 많은데 우리는 그나마 수입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스스로 돌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부의 활동이 널리 알려지면서 간혹 본인의 반려견을 대신 키워달라고 부탁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황 씨는 부드러운 회유와 따끔한 충고로 이들을 설득한다. 황 씨는 "반려견들은 곧 죽어도 주인 품에서 죽는 게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라며 "처음 데려왔을 때 그 책임감을 갖고 본인의 능력으로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돌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손이 많은 가는 다육식물원을 운영하면서 그 많은 개들을 돌보는 두 부부를 향해 대단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황 씨는 식물을 가꾸면서 아픈 개들을 치료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을 이뤘기에 행복하다며 강아지 호스피스 병동을 짓는 꿈도 마저 이루고 싶다고 말한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로 곳곳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더운 여름날 반려견 유기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부부의 따끔한 충고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