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를 살면서 마음에 아픔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청소년과 부모, 싱글 남녀, 장애인, 노년기까지…. 직접 표현할 수 없었던 자신의 아픔을 미술 치료를 통해 치유하고 싶습니다."

강원도에서 미술치료학박사 1호라는 타이틀을 가진 박동순 수녀는 프란치스꼬전교봉사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엘아트테라피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05년 엘미술치료연구소로 개소한 뒤 연령별 다양한 심리치료와 상담사 및 미술치료사 등 교육생 양성에 힘쓰고 있다.

연구소 이름인 엘아트테라피는 하느님의 작품을 치유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엘(EL)'은 하느님을 뜻하며 '아트(ART)'는 미술 또는 작품으로 하느님의 작품은 곧 인간을 의미한다. 박 수녀는 "요즘 현대인들은 누구나 크고 작은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며 "이러한 아픔을 다양한 미술 치료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면서 치유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가 미술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장애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다니는 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부터이다. 당시 원장을 맡고 있던 박 수녀는 장애 아동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공부하던 중 미술치료를 접하게 됐다. 그녀는 "미술은 일반인뿐만 아니라 발달장애, 정신지체, 치매노인 등 심리적 통찰이 어려운 이들도 마음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을 이해하고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애아동 미술치료를 계기로 해당 분야에 흥미와 필요성을 인식한 그녀는 이후 본격적으로 미술치료를 전공하며 연령층을 점차 넓혀갔다. 고령노인에 대한 손을 활용한 치료, 만다라 미술을 통한 부부치료 등은 그녀가 모두 직접 개발한 치료법이다. 

지난 2005년 엘아트테라피연구소의 전신인 엘미술치료연구소를 개소하고 연령별 맞춤형 미술치료를 개발했다. 지난 2011년에는 강원도에서 최초로 미술치료학박사가 됐다. 이후 10년 넘게 대학에서 강의를 펼쳐왔으며, 현실치료상담 국제 수퍼바이저, 한국청소년상담학회 수련감독 전문상담가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최근 그녀는 그동안 해왔던 대학강의를 줄이고 지역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가톨릭종합사회복지관에서 처음 운영하는 노년 자아통합프로그램에서 손을 활용한 치료법으로 행복한 노년기 준비를 돕고 있다. 손을 활용한 치료법은 언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손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표현하고 앞으로의 노년계획을 설계하는 활동으로 손장갑에 자수를 놓거나 그림그리기를 통한 심리 치료이다.

또한, 강원도교육청 특별교육 지정기관으로 운영하면서 학교에서 적응하기 힘든 청소년들과 함께 의사소통 기술에 대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성교육을 위해 원주교도소에서 성인 수감자와 만나고 있다.

지난 1년간 매월 두 번 씩 이웃 마을 어르신을 찾고 있는 그녀는 경로당에서 어르신과 담소를 나누며 연구소로 초청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소외된 이웃에 직접 찾아가는 치유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엘아트테라피연구소는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곳을 방문할 수 있도록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는 무료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박 수녀는 "남은 시간은 마음의 치료가 필요한 지역민들을 위해 활동하고 싶다"며 "양성자과정을 통해 많은 교육생을 배출해 함께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