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도 자연과학의 일종이고, 그래서 의사이기 이전에 자연과학도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은 결국 '나를 둘러싼 이 곳은 어디인가?' 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인간의 근원을 찾기 위한 수많은 연구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유전자 지도 즉 게놈 연구이다. 연구 결과 놀랍게도 인간의 유전자 수가 파리와 비슷한 2만∼2만5000개에 불과하며 침팬지 유전자는 인간과 99%가 같다고 한다.
 

 아무리 유전자가 비슷하다 해도 인간이 침팬지와 다른 것은 분명하고, 파리와 다른 것은 더욱 분명하다. 나는 왜 침팬지와 다르고, 내 주변의 다른 사람과 다를까? 더 나아가 무엇이 미인으로 보이게 하는가? 같은 얼굴이라도 마음이 예뻐야 미인이니 어쩌니 하는 얘기는 일단 접어두자. 그렇다고 단순히 얼굴의 황금비율로 설명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렇듯 어떤 기준을 들이대느냐에 따라, 미인과 미인 아닌 사람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고, 아예 미인과 미인 아닌 사람이 바뀔 수도 있다.
 

 누구나 미인이 되기 위해 성형수술을 결심한다. 그런데 어떤 모습과 같아지기 위해서 수술을 결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성형수술을 결정하기에 앞서 어떤 기준으로 자신의 특징을 판단할 지가 중요하다. 그래야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형수술은 자신의 단점을 없애고 장점을 부각시켜서, 독단적이지 않게 자신의 미(美)를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단순히 주변에 친구가 무슨 수술을 한 후 굉장히 예뻐졌다는 얘기를 듣고 무조건 그 수술을 따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도 성형수술을 결정하는 방법 중에 가장 위험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남과 비슷하게 살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안다. 남들과 같아 보일 때 안심이 되고 남들이 갖고 싶은 것을 가지면 행복해 진다. 그러나 비슷하지만 같지 않음을 느끼려 애써야 한다. 본능을 거스르는 것일 수도 있다. 치열하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보편적인 무언가를 찾는 것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