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5년 5월 원주천에서 촬영한 수달. 비오톱지도는 생태환경에 따라 토지에 등급을 부여하게 된다.

원주시 개청 이래 단일 건으로 최대 민원을 야기했던 도시생태현황(비오톱)지도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작년 11월 개정돼 지난 5월 29일 시행된 자연환경보전법에서 비오톱지도 작성을 의무화 한 것. 인구 30만 명 이상의 시는 내년 말까지 비오톱지도를 작성해야 한다.

비오톱지도는 도시 생태자원 현황을 파악해 전체 도시공간을 유형화하고, 구분된 공간에 생태가치를 등급화해 도면화한 것이다. 생태적 가치에 따라 등급을 매겨 보존지역과 개발가능지역을 도면화 한 것이다. 원주시는 지난 2007년 비오톱지도 작성을 시작해 2012년 완성했다. 사업비는 약 9억 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비오톱지도를 열람·공고하는 과정에서 약 6천 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원주시 개청 이래 단일 건으로 최다 건수의 민원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담당부서인 환경과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토지 개발이 제한될 것을 우려한 민원으로, 등급을 낮춰달라는 것이었다.

반드시 보존이 필요한 Ⅰ등급으로 지정된 토지의 경우에는 비오톱지도와 무관하게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원 소지가 없었다. 문제는 Ⅱ등급으로 지정된 토지였다. Ⅱ등급 토지는 개발이 가능한 데도 비오톱지도로 인해 개발에 족쇄가 채워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게다가 Ⅱ등급 토지가 전체 필지의 41%를 차지한 게 논란을 키웠다. 이 같은 민원에 원주시의회 내에서도 비오톱지도에 대한 찬반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원주시는 Ⅰ·Ⅱ등급 비율을 축소하는 한편 Ⅱ등급 토지도 개발행위면적이 1천650㎡이상인 경우에 한해서만 원주시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아 허가하도록 개발행위 허가조건을 완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원이 수그러들지 않자 원주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제작한 비오톱지도를 서랍 속에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환경의 보존과 개발이란 양극의 상황에서 결과적으론 개발론이 우세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론 원주시가 성급하게 비오톱지도 작성에 착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전국에서 비오톱지도를 활용하는 지자체는 서울시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보존할 만한 토지가 극히 적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다른 도시에선 적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원주시는 2012년 제작을 완료한 비오톱지도를 토대로 그동안 변화된 자연환경을 적용해 비오톱지도를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6년가량 서랍 속에 머물던 비오톱지도가 비로소 빛을 보게 됐다. 그러나 환경부가 자연환경보전법을 개정해 비오톱지도 작성을 의무화 했지만 활용방안에 관해선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자연환경보전법에선 도시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5년마다 비오톱지도를 다시 작성하고, 이를 5천분의 1 이상의 지도에 표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비오톱지도를 환경보전에 어떻게 활용할 지에 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다. 원주시 관계자는 “관건은 비오톱지도 활용방안인데, 이에 관해서는 정부 방침이 모호하다”면서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제시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