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월 1일 의병의 날, 6월 6일 현충일, 6월 10일 6.10민주항쟁기념일, 6월 25일 6.25전쟁일 등 독립, 호국, 민주화 과정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하신 분들을 추모하고 감사를 전하는 달이다. 그런 측면에서 원주는 매우 중요한 도시이다. 특히, 의병운동에 있어서는 전국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을미, 을사, 정미 3시기 의병운동의 중심지였다.

 이는 원주가 대한제국 시기 일제의 국권침탈에 맞서 국권수호를 위해 싸운 중심지였다는 것을 보여 준다. 즉, 원주가 중부권 독립운동의 핵심지역이었으며, 독립정신의 보고였다는 것이다. 또한 원주의병의 정신은 독립운동, 호국정신,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 현재 원주의 정체성을 만드는데 일조하였다. 그러므로 의병의 날이 있는 6월에 원주의병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을미의병 시기를 보면, 지정면 안창리에서 일어난 원주의병의 봉기는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의병봉기였으며, 원주의병의 첫 전과인 원주관아 점령은 을미의병시기 의미 있는 첫 성과였다. 이런 원주의병의 초기 활동은 의병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데 일조하였으며, 을미의병 최대 세력인 유인석의 호좌의진 출범에 바탕이 되었다. 이후 원주지역은 인적, 물적 지원을 통해 의병운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후원하였다.
 

 을사의병 시기를 보면, 원주의병은 원용팔 의병장이 중심이 되어 역시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봉기하였다. 특히, 을사늑약이 체결되기 전 일제의 황무지개척권 요구 등에서 나타난 침략성을 간파하여 선구적으로 일어난 의병이었다. 또한 의병운동의 방략에서도 원주진위대와 연합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미의병에서 원주진위대와 의병세력이 결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마지막으로 정미의병 시기를 보면, 원주의병은 의병운동이 의병전쟁으로 확대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원주진위대의 봉기와 의병참여는 의병부대의 전투력을 크게 상승시켰다. 원주진위대에서 보관하고 있던 신식무기가 의병부대에 공급되면서 의병의 무장능력이 향상되었다.

 또 의병들이 신식군사훈련을 받은 군인들에게 군사교육을 받을 수 있어 전술상에서도 그 능력이 향상되었다. 그 결과 1907년 의병전쟁 초기 일본군을 상대로 혁혁한 전과를 거둘 수 있었으며, 13도창의군을 결성하여 서울진공작전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이는 의병운동이 의병전쟁으로 확대되어 구국전쟁의 서막을 여는 것이었고, 독립군과 독립전쟁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었다.
 

 이처럼 원주가 의병운동의 중심이고, 의병정신을 이어온 중요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원주시민들 사이에서는 원주가 강원도 의병의 본향이었다는 것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의 춘천과 제천만 하더라도 의병을 통해 도시이미지에 '의병의 성지'라는 이미지를 추가하고 있다. 춘천은 유인석 의병장의 호를 딴 의암학회를 만들어 지역 대학과 연계하여 의병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또 춘천의병마을을 조성하여 의병연구의 결과를 지역에 확산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춘천을 의병의 본고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제천은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의병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또 지역 대학과 연계하여 제천의병제를 진행하고, 제천의병전시관, 제천의병도서관 등을 설치하여 의병을 도시 브랜드로 만들었다. 그 결과 두 지역은 충절의 고향, 의를 통해 나라를 지킨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원주는 중요성에 비해 의병연구와 교육에 있어 많이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2017년은 정미의병 110주년이고 원주가 그 중심이었음에도 학술행사 하나 진행하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 속에 지나갔다. 그 결과 몇몇 단체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강원감영 이전 이후 원주, 원주진위대, 원주의병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원주의병을 강원도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이해할 뿐 원주의병이 원주독립운동 뿐만 아니라 원주지역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원주의 도시이미지 중 하나인 '군사도시'를 부정적으로 이해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6.25 전쟁 이후 원주에 1군사령부 주둔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1군사령부가 원주 재건에 일조한 긍정적인 모습이 있음에도 군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시기에 가지고 있던 '군사도시'라는 부정적 측면만을 보는 경우이다. 원주는 그 역사를 보더라도 행정, 문화, 군사의 중심지였고, 그 바탕위에서 원주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근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원주에서 형성된 의병, 의병정신에 대해 이해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6월 1일 의병의 날,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의병, 독립운동으로 이어지는 원주 독립운동의 역사와 이를 이어받은 호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심철기 연세대 근대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