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원주시를 방문한 중증장애인들이 교통약자 콜택시 운영을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주시가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이용 대상자를 엄격한 제한 없이 운영하면서 정작 교통약자 콜택시 이용이 시급한 중증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만 65세 이상, 일시적 휠체어 이용자 및 요양병원 환자 등 뚜렷한 기준이 없어 일반 택시와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원주 시내에서 운영 중인 교통약자 콜택시는 20대로 이는 원주에 거주하는 전체 중증장애인 4천여 명을 기준으로 200명 당 1대씩 배치해 산출한 결과이다. 하지만 실제 이용객은 1·2급 중증장애인을 비롯해 만 65세 이상, 일시적 휠체어 이용자 및 요양병원 환자, 시각장애인 등 광범위하다.

문제는 리프트 장치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까지 교통약자 콜택시를 이용하면서 휠체어로 이동하는 중증장애인들이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차량 배치 시 기준 인원보다 훨씬 많은 대상자가 이용하면서 이용객들은 1~2시간씩 대기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교통약자 콜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노인들의 경우, 나들이 수단으로 10대 이상을 한꺼번에 요청하는가 하면, 일부러 중고 휠체어를 구매해 버젓이 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강원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강장연) 김용섭 대표은 "교통약자 콜택시를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년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교통약자 콜택시가 아니면 이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은 마냥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한정된 인원에서 운행해야 하는 운전기사의 고충도 늘고 있다. 교통약자 콜택시를 운행하는 운전기사 A 씨는 "하루 8시간 동안 평균 20팀 내외를 운행하면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다"며 "하지만 하루 평균 이용객 중 휠체어를 탑승한 중증장애인은 절반 정도로 나머지는 리프트 장치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운전기사가 대상자가 아닌 이들을 거부하기도 하지만, 이에 대해 원주시에 민원을 제기하면 원주시에서는 모두 수용하라고 지시하는 실정이다. A 씨는 원주시의 이런 모호한 태도가 이용객 급증으로 모두 불편함을 겪게 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도 "지난해 원주시에서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특별교통수단 이용 신청서를 접수했으나 대상자를 거르기는커녕 신청자를 모두 수용해 올해 특히 이용자가 폭주했다"며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채 불편만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장연은 특별교통수단 요금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 지자체의 경우, 관내 이용 시 시내버스 요금의 2배 이하로 요금을 책정하고 있으나, 원주는 일정 거리(4㎞) 이상일 경우 이동 거리 만큼 추가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요금 부담이 크다. 또한, 관외 이동 시에도 편도 요금만 지불하는 타 지역과 달리 원주에서는 왕복 요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도에서 권고한 기초수급자의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24일 중증장애인 10여명은 시청 대중교통과를 방문해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김 대표는 "10여 년째 장애인 콜택시 운영 을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고, 지난해에도 구두로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는 것은 원주시의 무관심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이용대상에 맞춰 콜택시를 증차하던지 바우처 택시를 도입해 중증장애인을 제외한 교통약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강장연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원주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례에는 1·2급 중증장애인을 비롯해, 휠체어 이용자 및 만 65세 이상 등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이들 모두를 이용자로 명시하기 때문이다. 최영창 원주시 대중교통과장은 "중증장애인 입장은 공감하지만 명시되어 있는 대상자를 제한하긴 어려운 일"이라며 "교통약자 콜택시 운영 현황을 파악 후 각 관계자의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