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갓난아이부터 100세 노인까지 누구나 쉽게 접하고 읽을 수 있다. 쉽고 명확하게 쓰인 글과 상황을 잘 전달하는 그림이 한데 어울린 그림책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주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전국 어느 도시보다 그림책 관련 활동이 활발하다고 할 수 있다. 패랭이꽃그림책버스 활동가들이 사회적협동조합 그림책도시를 만들어 활동 중이고 (재)원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그림책여행센터 이담에서 시민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그림책 플리마켓과 전시회, 워크숍, 강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림책 창작단체 원주그림책연구회(회장: 김정관)도 '그림책 문화도시' 원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림책여행센터 이담에서 10개월 과정의 그림책교실을 수료한 7명이 주축이 돼 2007년 1월 결성, 현재 20대부터 50대까지 14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지만 이미 창작그림책 10종을 출판하고 3회의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정관 회장은 '엄마는 요술쟁이' '아빠는 마법사' '그리워질거야' '시장에서 길을 묻다' 등 자신의 이름으로 4종의 그림책을 출판한 어엿한 그림책 작가다. 30년간 휴대폰 개발·제조회사를 운영하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 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유화부터 수채화, 실크스크린 등 독학으로 그림을 익히고 그림책여행센터 이담에서 그림책 창작을 배웠다.

김 회장은 "그림책 창작은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며 "그림책 문화가 활성화 되려면 소비(활동가)와 공급(창작가)이 균등하게 성장해야 하는데 원주에는 창작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림책연구회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자 창작활동에 전념하면서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의 전시를 통해 자신들이 직접 만든 그림책과 원화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그림책여행센터 이담의 도움으로 교육문화관에서 가진 첫 전시를 시작으로 지난 1월에는 시청로비에서 원주 풍경과 원주 이야기가 담긴 원화를 전시했다. 최근에는 시립중앙도서관에서 13명의 회원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제작한 그림책 '장난감'을 원화와 함께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출판비용도 모임이 만들어지면서 해결책을 찾았다. 전문 도서디자인과 편집기술을 익힌 김 회장이 편집부터 인쇄까지의 공정을 돕고, 자신이 가진 지식과 기술을 학습을 통해 회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출판사를 통할 때의 1/10 비용으로 출판이 가능해지면서 회원들의 자신감도 그 만큼 높아졌다.

회원들이 출판한 10종의 그림책이 아직까지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 가능성은 확인했다. 회원 중 한 명인 김미옥 씨의 '늑대의 알'은 출판사로부터 선 인세까지 받고 계약을 맺어 출판을 앞두고 있다. 모임을 만들고 1년 만에 창작그림책을 시판할 수 있다는 것은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인 동시에 전문직업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림책 문화도시와 관련, 현재 그림책여행센터 이담과 그림책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교육과 활동 등 소프트웨어를 원주의 장점으로, 하드웨어의 부족을 단점으로 꼽은 이들은 옛 원주여고에 조성 중인 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의 운영과 활용에 기대가 크다. "공간과 설비가 지원되고 출판과 판매로 이어지는 유통시스템이 마련된다면 그림책 창작가들이 더 활발하게 육성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웹툰으로 새로운 성장방향을 개척한 만화처럼 웹이나 모바일을 활용한 웹 그림책 개발을 구상하고 있는 이들은 "'원주의 색을 담은 그림책 창작'을 통해 원주 그림책 문화 조성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주그림책연구회
▷회장: 김정관 ▷회원: 곽정미 김경수 김미옥 김성규 김정관 김정아 차정윤 박성주 백경필 원현숙 엄은희 이채린 허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