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은 여러 면에서 성공적인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릴만큼 다양한 종목에서 보는 이들에게 환희와 감동을 안겨주었다. 또한 평창올림픽의 경우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도 큰 인기를 끌면서 평창올림픽 홍보와 흥행에도 일조하였다.
 

 마스코트가 공식적으로 올림픽에 등장한 것은 1972년 뮌헨올림픽부터이며 1988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마스코트는 호돌이와 곰두리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특별히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곰두리는 곰 두마리가 '함께 간다'는 의미를 담아 2인3각으로 달려가는 모습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힘을 합쳐 사는 것을 형상화했다고도 전해진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2018년 우리는 두 번째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맞게 되었고 마스코트가 1988년과 같은 동물인 호랑이와 곰이 선정되었다. 두 번의 올림픽의 마스코트가 같은 동물이라서 수호랑을 보면서 호돌이를 떠올리고 반다비를 보면서 곰두리를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도 쉬웠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30년 간극이 있는 수호랑과 호돌이의 관계를 부자지간으로 단정하기조차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너무도 자연스럽고 익숙한 듯 한 마스코트 선정에 시비를 하는 듯싶어서 이 글을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 볼 수는 없었을까 싶어진다.
 

 우리는 두 번의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해서 비장애인의 경기인 올림픽(장애인이 출전 못하는 것은 아님)의 마스코트는 호랑이로 장애인의 경기인 패럴림픽의 마스코트는 곰으로 한정지어 버린 듯 한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이런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진다. 호랑이라는 동물에게 장애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한 모든 곰이 장애를 가진 것도 아닌데 하필이면 두 번이나 같은 동물에게 마스코트를 맡게 했을까? 어쩌면 이런 결과는 비장애적인 관점에서 모든 일들을 바라보는 차별적 시각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헝가리의 팔 제케레스(Szekeres Pal) 선수가 있다.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펜싱에서 동메달리스트로 헝가리 펜싱의 유망주였으나 91년 자동차 사고를 당하여 하반신 장애를 얻게 됐다. 6개월여를 병원에서 치료 후 재활 훈련 끝에 다시 패럴림픽 펜싱에 도전하여 92년 바르셀로나, 96년 애틀란타 그리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했다. 3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을 획득하며 위대한 스포츠맨으로 인간 승리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장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도 있고 장애가 있다고 모든 사람이 비장애인에 비해서 약자이거나 불행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평창패럴림픽에서도 한국 크로스컨트리스키 선수로 유일한 금메달리스트인 신의현 선수에게서도 확인 가능하다. 그 역시도 중도장애를 통해 패럴림픽에 도전하게 되었고 결국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에서 올림픽 마스코트 동물을 바꾸었더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건강한 호돌이가 결혼하여 장애자녀를 출산하였지만 훌륭히 키워서 패럴림픽에 출전시키는 스토리는 어떤가? 장애를 지닌 곰두리에게서 태어난 반다비가 장애부모의 보살핌 속에 잘 성장하여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스토리는 과연 우리에게서 아직은 불가능한 것이었을까?

양선석 꿈터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