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있는 삶, 남 얘기죠" 

정부가 휴가비를 지원해도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기업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을 도입하며 참여 신청을 유도했지만 원주 내 신청 기업은 50여 곳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20일까지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 신청을 받았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20만 원을 내면 기업과 정부가 10만 원씩 지원해 총 40만 원을 적립하는 제도이다.

OECD 35개국 중 노동시간이 두 번째로 긴 국내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쉼표 있는 삶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기업들은 중소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아 온라인으로 신청했다. 4월 초부터 지난 15일까지 중소기업 확인서 발급건수는 전국에서 3만5천여 건에 달했다. 

지난해 4월 4만2천여 건의 확인서 발급이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에 관심을 둔 기업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휴가지원 사업은 2만 명 규모로 추진됐지만 신청자 수는 5배가 넘는 10만4천506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원주에서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을 신청한 곳은 51개 기업, 615명에 불과했다. 작년 말 기준 원주엔 2만8천167개 사업체에 13만8천169명이 종사했다. 기업체 기준으론 0.18%, 종사자 기준으론 0.45%만이 정부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에 관심을 뒀다.

기업들은 직원 1명에게 10만 원 씩 지원해주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태장농공단지 A기업 대표는 "기업 규모가 작아 1년에 한 번인 휴가비 지원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 취지는 좋은데 작은 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휴가에 인색한 기업문화 역시 휴가지원 사업 신청이 저조한 이유이다. 연차가 있어도 맘 놓고 사용하지 못하는 기업문화 때문이라는 것. 서비스업 종사자인 B 씨는 "10인 미만 기업체에서는 하루 연차 내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며 "원주 대부분 기업이 비슷한 상황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2014년 근로자 휴가지원제도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지원업체 181개 중 10인 미만 제조업체는 전체의 4.9%의 불과했고 50인 이상은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원주 내 종업원 10인 미만 기업은 2016년 말 기준 전체의 92.3%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