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수 재배지 변화

산업화, 지구온난화 가속…지구 평균기온 0.85℃↑
한국, 30년간 1.22℃ 상승…21c 말, 아열대기후 편입

원주 과수 재배 어려울 듯

21세기 말이면 원주에서 복숭아 재배가 어려워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통계청은 지난 10일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 현황'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구온난화는 1850년부터 경제와 인구성장 등 다양한 원인으로 심화돼 왔다. 1880년부터 2012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0.85℃ 상승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또한 최근 30년간 1.22℃ 상승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의 1.5배나 높은 수치였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주요 농작물 주산지가 남부에서 중부지방으로 북상했다. 경북 청도가 주산지이던 복숭아가 지금은 원주 특산품으로 자리매김 했다. 원주 복숭아 재배면적은 1970년 당시 86.6㏊에 불과했지만 올해 350㏊까지 확대됐다. 2015년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 복숭아 재배지 변화

문제는 지구온난화가 이대로 지속될 경우이다. 통계청은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RCP 8.5), 21세기 말 상당수 과수의 재배가 어렵다고 밝혔다. 복숭아는 2050년 이후 재배면적이 급감하고 2090년쯤이면 영동과 전북 일부 산간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삼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충청지역에서 집중 재배됐지만 1995년 이후 강원지역까지 확산됐다. 원주 인삼 재배면적은 1995년 36㏊에서 2015년 165㏊로 5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2090년경이면 도내 일부 및 내륙 산간지역에서만 재배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도내 산간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 지역이 21세기 후반기 아열대 기후로 변경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작물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기온, 배농가 타격…동해·냉해로 배농사 망쳐

기온 상승으로 2050년부터 과수 재배가 힘들어질 것이란 예측이 발표됐지만, 현재는 기온 급강하로 농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7일 원주 최저기온은 1.6℃였다. 8일에도 1.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0년간 일평균 최저기온보다 2~3℃ 낮았다. 갑작스런 꽃샘추위로 한 해 농사를 망친 농가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특히 배 농가에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꽃은 보통 4월 15일에서 20일 경 만개하지만 이상고온으로 올해는 이달 초부터 꽃이 폈다. 7~8일 꽃샘추위로 대부분 농가가 냉해를 입은 이유다. 개화 후 냉해가 오면 암술이 고사해 수정 자체가 힘들어진다. 열매를 맺어도 발육이 부진하거나 기형일 확률이 높다.

▲ 무실동 이춘택 씨 배 과수원. 지난 겨울 동해를 입어 꽃이 안피고 있다.

무실동 이춘택 씨 과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1만3천여㎡에 배나무 700주를 재배하고 있다. 아예 잎이 피지 못하거나 흑색으로 변한 꽃눈이 상당수다. 지난 겨울 동해를 입은 상태에서 냉해까지 닥쳐 이 씨 속도 까맣게 타버렸다.

이 씨는 "700주 대다수가 냉해를 입었다고 보면 된다"며 "인공수분을 해도 상품성을 갖춘 성과가 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씨와 같은 문제를 안은 농가는 원주에만 최소 60곳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냉해를 예방하려면 방상팬이나 미세살수기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비용부담이 커 농가들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냉해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효과도 떨어져 설치를 꺼리고 있다.

그나마 재해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이도 특약에 가입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 재해보험 가입률도 낮은데 특약까지 설정한 농가는 드물 것 같다고 농가들은 얘기했다.

한편, 강원도와 원주시는 배 농가의 냉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농가 피해가 심할 경우 강원도나 원주시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