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9주년이 되는 날이다. 밀물처럼 터져 나온 3·1 운동을 경험하면서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함께 싸워야하고, 대중들을 조직하고 투쟁을 이끌어야할 정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의지가 모여 1919년 중국 상하이에서 독립투사들이 중심이 되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1897년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오늘날 헌법에 해당되는 대한국 국제에서 "대한제국은 자주독립 국가이며, 만세 불변의 전제 정치"라고 규정했다. 황제의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 외교권, 군사 지휘권을 보장하면서 주권이 황제에게 있음을 명확히 했다.
 

 대내적으로 황제 주권을 명확히 하면서, 독도와 간도의 소유권이 대한제국에 있음을 천명해서 대외적으로 자주독립국의 지위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대한제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의 세력 균형 속에서 위태롭게 유지되는 상황이었다. 1905년 일본은 영국과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러·일전쟁에서 승리했다. 러시아를 물리친 일본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고 군대를 해산시켰다. 1910년 8월 대한제국은 일제에 강제 병합되었다. 만세불변의 전제권을 천명했던 대한제국 황제는 불과 13년 만에 일제에 주권을 빼앗긴 것이다.
 

 국권 상실 후 독립운동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첫 번째는 황제 주권국 대한제국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황제의 주권 포기를 국민이 동의해준 적이 없기 때문에 독립 후 세워질 국가는 국민 주권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래 문서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융희 황제(순종)가 삼보(토지, 인민, 정치)를 포기한 경술년 8월 29일은 즉 우리 동지가 이를 계승한 8월 29일이니… 황제권이 소멸한 때가 즉 민권이 발생한 때요, 구한국 마지막 날은 신한국 최초의 날… (대동단결 선언 1917)

 3·1 운동 직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민주공화정의 모습을 갖춘 것은 국권 상실 후 치열한 독립투쟁의 과정 속에서 나타난 결과물이었다. 앞으로 건설해야할 독립된 정부 형태는  주권이 황제가 아닌 국민에게 있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계승의 의미
 1948년 7월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서는 3·1 운동으로 설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그 바탕이 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해방 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의 연장선에서 보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이 주장은 해방과 정부 수립 과정에서 되살아난 친일 세력이 친일의 역사를 숨기는 한편 독립운동사의 의미를 축소하려했던 모습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인정한다는 것은 치열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인정하고 국민주권의 민주주의 국가 건설의 가치를 수용한다는 것을 뜻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1년 앞두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국가이고,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하는 국가인지 과거 역사에 길을 물어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