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74) 원주교도소 교정협의회장에게 원주교도소는 남다르다. 지역 사회에 봉사를 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줬고 재소자를 도우면서 '돕고 사는 것이 같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곳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원주교도소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쯤. 우연한 기회에 교정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석재사업을 운영하던 자신의 사업장에서 자연석과 나무가 많아 교도소 조경용으로 기증했다. 매주 2회 5톤 트럭으로 2개월 간 날랐다. 당시에는 판매를 해도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이 회장은 개의치 않았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은 자연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삭막하게 느껴지는 교도소를 따뜻하게 해 주고 싶었다. 덕분에 원주교도소는 전국 관공서 조경시설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조경을 갖추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원주교도소와의 인연으로 이 회장은 갈 곳 없는 출소자를 자신의 사업장에 취업시키기도 했다.

 다른 직원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 볼 것을 걱정해 출소자라는 것은 비밀로 했다. 세심하게 배려하고 신경 써 줘서 사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던 것이 이 회장의 마음이었다. 직원용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하고 통장을 만들어 월급을 모아줬다. 이 회장의 사업장뿐 아니라 주변에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해 취업을 시켜주기도 했다.
 

 "성실하게 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신의 신분을 아는 사람과 오랫동안 같이 있는 것이 출소자에게는 부담인 듯 했다. 그래서 6개월 정도 있으면 떠났는데 그래도 서운하지 않았다. 사회에 나가서 자리 잡은 뒤 고마웠다는 편지를 받은 적이 많은데 그때 감동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교정협의회장을 맡으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재소자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체육대회 때가 되면 재소자들과 함께 뛰며 즐겼고 무기수나 장기수가 외롭지 않도록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원했다. 이렇게 이 회장이 원주교도소 교정협의회장을 이끈 것만 36년 정도. 매번 고사하는데도 회원들의 요청을 외면하지 못해 뜻하지 않게 오랜 시간 회장 자리에 머물렀다.
 

 중간에 한 번 서울지방 교정청 교정연합회장을 맡게 돼 어쩔 수 없이 원주교정협의회장직을 내려놓았었는데 협의회 내부에 갈등이 생겨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지방에서 서울지방 교정청 교정연합회을 맡은 건 이 회장이 최초여서 개인적으로도 아쉽기는 했지만 원주를 외면할 수 없었다.
 "회장의 자리는 개인 욕심을 버리고 회원과 평등한 위치에서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는 이 회장이 장기간 회장을 맡을 수 있었던 것도 회원이 협회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늘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래에서 오랫동안 광옥석산을 운영하고 있는 이 회장은 90년대 초 1년 반 동안 자연석으로 10m 높이의 '11면 관음상'을 제작해 일본NHK를 비롯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100여명의 직원을 모두 삼척으로 MT를 보낸 날 폭우로 산사태가 나 다른 사업장에서는 인명피해가 많았으나 이 회장의 사업장에서는 단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그 이후 이 회장은 더욱 봉사에 전념하게 됐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교대로 24시간 일하던 때인데 100여명의 직원 전체를 1박2일 단합대회를 보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간부급의 반발이 있었는데도 밀어 붙였는데 결국 덕분에 큰 화를 면하게 됐다"며 아직도 아찔한 순간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처님이 지켜주신 것 같다. 더욱 베풀며 살라는 의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재소자를 통해서 내가 더 많이 배우고 깨닫는다"면서 "원주교도소 재소자들이 수용생활을 잘 마치고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교정교화 활동을 더욱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2000년 법무부장관상, 2003년 국무총리상에 이어 2010년 국민포장을 수상했으며 서울지방교정청교정연합회장, 교정 중앙협의회 부회장, 강원도장애인역도연맹회장, 원주체육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가족은 아내 김애숙 씨(71)와 1남1녀.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