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육교사들은 평가준비로 인한 과중업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정부는 보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아동학대가 근절된 건강한 양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다양한 평가인증제 및 점검활동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연간 수차례 실시하는 평가들이 대부분 비슷한 항목들로 중복되면서 보육교사들은 평가준비를 위한 과중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어린이집 종사자들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평가를 위한 평가'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어린이집 평가인증, 열린어린이집, 부모모니터링, 지자체별 자체점검 등 연간 평균 3~4개의 평가를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한국보육진흥원에 위탁해 실시하는 어린이집 평가인증은 안전하고 질 높은 보육을 제공하기 위해 어린이집에서 자체 수준을 점검하고 개선 후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물리적 공간의 개방성을 확보하고, 보육프로그램 및 어린이집 운영에 부모의 참여를 독려하는 열린어린이집은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인증제이다.

부모모니터링의 경우, 부모와 보육전문가가 직접 어린이집을 방문해 급식, 위생, 건강 및 안전관리 등 운영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컨설팅을 제공해 보육환경의 질을 향상시키는 제도이며, 이 밖에도 지차체별로 자체점검을 통해 어린이집을 점검 및 평가한다.

위에서 나열한 평가제도 모두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권장하는 정책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 어린이집의 참여를 북돋고 있다.

원주시는 보건사업 추진계획을 통해 올해 목표로 전체 347개소 중 어린이집 평가인증 획득율을 85%까지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부터 실시한 열린어린이집 지자체형 지정 시설에는 원주시에서 별도의 보육교사 연수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등 지자체에서도 적극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를 준비하는 어린이집은 평가서류 준비로 인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참여를 꺼리고 있다. 2~3년 전 자료까지 찾아가며 제출서류를 작성하다보면 업무시간에 쫓겨 야근과 주말근무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또한, 보육과정에서 자칫 아이들이 방치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평가마다 비슷한 항목들을 중복으로 점검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보육환경, 건강, 안전, 보육과정 운영 및 운영관리 등 기본적인 평가지표가 중복돼 일년 동안 같은 점검사항에 대해 수차례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등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들이 적극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만 현재 제공되는 인센티브는 민간 및 가정 어린이집에는 큰 이득이 되지 못하는 점도 지적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공공형어린이집 신규 선정 및 국공립어린이집 재위탁 시 가점 제공, 보조교사 우선 지원 등 대부분 국공립 및 법인 시설 등에만 직접적인 혜택이 적용된다"며 "따라서 민간 또는 가정 어린이집에서는 과중업무를 감수하면서까지 해당 인센티브를 받으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부터 실시한 열린어린이집 선정 어린이집을 살펴보면 첫해 2곳과 2016년 선정된 3곳 모두 국·공립 시설이었으며, 지자체형을 지정했던 지난해에는 13곳 선정 중 직장어린이집 2곳, 민간어린이집 1곳을 제외한 10곳이 국·공립 어린이집이었다.   

또한, 원주시에서 제공하는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인센티브로 보육교사가 연수를 갈 경우, 대체교사에 대한 지원 없이 남은 교사들이 업무를 나눠서 맡아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어린이집 부담을 덜고 평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평가 항목을 간소화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원주시에서 현장 여건을 반영한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인센티브로 제공한다면 자연스럽게 참여율은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평가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 어린이집의 입장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며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한 보육을 위해 실시하는 정책인 만큼 평가의 목적에 대해 이해하고 적극 참여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전했다.

한편, 도내에서는 원주시 외 속초시와 춘천시에서 열린어린이집 지자체형 선정 시 별도로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속초시는 교재교구비 및 강사료 등을 지원하는 보육프로그램 예산 100만원과 개방형 환경시설지원금 100만원 등 총 200만원을 지원하며, 춘천시는 올해 2월부터 12월까지 보조교사 채용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