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압송·아들과 생이별…음식점 성공해 올림픽 때 북한음식 소개

"탈북민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고 싶다."

단계동 금강산막국수 대표 이순복(51) 씨의 말이다. 두 번의 탈북 시도와 강제압송, 탈북 도중 아들과의 생이별, 남한에서 겪은 갖은 서러움…. 그녀 스스로 자신을 롤러코스터 인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있는 것처럼, 탈북 10여년 만에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북에 있을 때 직업은 요리사였다. 훈련소 병원 조리장이어서 경제적으로는 남들보다 부족하지 않았다. 지인 권유로 탈북 했고, 중국에 체류하면서 북은 '더 이상 못 갈 데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탈북 시도는 1999년과 2001년에 있었다. 운이 없었던지 두 번의 시도 모두 발각돼 북에 압송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2001년 다시 시도해 중국에 정착했다. 두부 장사로 생계를 꾸리다 중국인 남편을 만나 아들을 낳았다.

살림은 넉넉하지 않아도 주변 탈북민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가끔씩 브로커가 한국에서 살기를 권유했지만 남한은 북한보다 더 못사는 곳이라 여겨 거절했다.

그러다 그녀가 도움을 준 탈북 커플이 북에 발각됐다. 자연스레 그녀의 이름이 거론될 위기였다. 이번에 압송되면 다시는 탈북기회가 없을 것이 뻔했다.

남한행을 결심하고 짐을 싸는데 아들이 "엄마, 이제부터 돈 아껴 쓰고 공부도 열심히 할게. 한국 가지 마세요"라고 옷자락을 당겼다.

가슴이 미어졌지만 '병원에 갔다 올 테니 아빠랑 있어' 라고 뿌리쳤다. 그것이 아들과의 마지막 인사였다. 남한에 있으면 연락이라도 할 수 있지만 압송되면 그마저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식당 운영 5년만에 충북에  2호점 내고 조만간 원주에 3호점도 준비 중… 빌딩 세워서 새내기 탈북민  도우며 살고 싶어요"

2007년 가까스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남한은 구두닦이로 연명하거나 깡통에 밥 빌어먹는 곳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크고 세련된 공항 화장실을 보고 '이런 곳도 있구나' 하며 감탄했다.

국정원에서 남한 생활에 대한 교육을 받고 원주에 생활터전을 잡았다. 당시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어렵사리 식당에 취직해 남한 생활에 차츰 적응하자 5년 안에 식당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들어 난감할 때가 많았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냅킨'이나 '컵'과 같은 단어도 생소했다. 열심히 일 해 음식비법을 배우고자 했는데 이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막국수 집을 차리려고 유명 식당을 전전했지만 어깨너머 배우는 터라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탈북민이라고 냉대하거나 차별받는 게 힘들었다. 산더미 같이 일을 시켜도 "탈북 애들은 돈 조금 줘도 돼"라며 면전에서 무시를 당한 적도 있었다.

5년 간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며 살았다. 번 돈과 정착금을 합쳐 8천만 원을 모아 2012년 단계동에 막국수 집을 차렸다. 고생 끝에 차린 가게여서 특색 있는 막국수를 선보이고 싶었다. 북한식 메뉴를 개발해 인기를 끌었다.

이를 계기로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선 강원도 대표로 북한음식을 홍보할 수 있었다. 한국에 정착한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그녀의 막국수 집엔 공짜 손님도 많이 온다. 무실동 경로당에서 매월 어르신들이 찾아와 음식을 먹는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된 탈북주민들도 오갈 데 없을 땐 이곳을 찾는다.

명륜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이 일 저 일을 도우며 눈도장을 찍은 대가다. 이 씨는 "식당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충북에 2호점을 내고 조만간 원주에 3호점을 낼 계획"이라며 "빌딩을 세워 새내기 탈북민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