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전국의 20년 이상 노후아파트의 소방시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파트 10곳 중 3곳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원주지역 노후아파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파트와 같은 공동시설에는 공동의 장소나 각 세대에 사용기한이 10년을 넘지 않은 분말소화기가 반드시 비치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관내 노후 아파트 중 소화기가 전혀 없거나 있어도 무용지물인 경우가 적지 않다.
 

 단구동의 지은 지 20년이 넘는 아파트. 입주민 은모(65) 씨는 "소화전 속에 소화기가 있다고 해서 열어봤지만 소화전 문이 꿈쩍도 안 할뿐더러 소화전 앞에 물건을 쌓아두는 집들이 있어 소화기가 있어도 무용지물"이라며 "가뜩이나 오래된 아파트라 화재위험이 높은데 소방시설마저 부족하니 불안해 못 살겠다"고 호소했다.
 

 태장동 주공아파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주민 전모(39) 씨는 "복도에 공용소화기가 없어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더니 소화기는 각 세대에서 알아서 비치하라는 말만 들었을 뿐 누구하나 책임지고 관리하는 사람이 없더라"며 "소화기와 같은 소방시설은 어디에 논의를 하거나 점검받아야 할지 몰라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 소화기 점검은 각 동의 경비원이 사용기한을 확인하고 소화기 내부 분말이 굳지 않았는지 흔들어보는 게 전부. 이렇다보니 실제 개정된 소방시설법으로도 공동주택의 소방시설 설치와 점검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원주소방서 관계자는 "아파트 소방시설에 대해 소방특별조사를 하고 있지만 일 년에 한 번 뿐이고, 대부분 관리업체가 연 1회 이상 자체점검을 한 후 문제가 있을 때 소방당국에 신고하면 소방당국은 개선 조치명령을 내리는 게 전부"라면서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가 관리감독의 주체가 되고 소방서는 점검결과만 접수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소방서는 아파트 측의 '셀프점검' 결과만 보고받는 상황이다. 소방당국의 관여가 부족한 현재의 점검제도가 적극 보완돼야 할 대목이다.
 

 한편 아파트 소화기는 각 세대가 따로 구입해 관리사무소로부터 비용을 받거나 관리사무소가 일괄 구입해 각 세대에 보급할 수 있다. 단 이에 따르는 구입비용은 아파트 관리비에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