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실패 끝에 강원도 대표 상품 개발…일본 수출·면세점 진출

"발명에 흥미를 느껴 여러 사업을 시도한 적이 있어요. 기름 덜 먹는 보일러를 개발하기도 했고, 양 날개 선풍기를 발명하기도 했었지요. 운이 없었던지 사업까지 이어지진 못했어요. IMF 사태로 운영하던 건축회사까지 망하니까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더군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도 나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열심히 사는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연세대 창업보육센터에서 만난 창조투비엔 김용석(61) 대표는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했다. 다음날까지 평창동계올림픽 강원도관에서 판매할 제품 수백 개를 준비해야 하는데, 직원 한 명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홀로 꼼꼼히 물건을 챙겨야 했다. 

10초마다 울려대는 문자메시지로 인터뷰가 힘들었지만 젊은 기자를 극진히 대접하는 정성을 보였다. 힘들게 제품을 만들어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하면 지역신문이 매우 훌륭한 일을 한다고 칭찬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2년 구강세정기를 개발해 2015년 회사를 창립했다. 조용한 아내가 "당신은 입 냄새가 너무 심하다"고 핀잔을 준 것이 계기였다. 아내가 직설적으로 말할 정도면 그간 남들에게 얼마나 나쁜 인상을 남겼을지 생각만해도 아찔했다고. 병원 치료가 최선이지만 자신만의 구강세정기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전 정부가 창조경제에 힘을 쏟았던 것도 도움이 됐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사업화를 지원했는데 강원도경제진흥원에서 예비창업자들을 도와주었다. 머릿속에 맴돌던 발명품이 완성되자 내친 김에 사업화를 앞당기기로 마음먹었다.

개인 사업이 망하고 제지회사에서 십여 년간 일했는데 당시 퇴직금을 씨드머니로 투자했다. 두렵기도 했지만 다니던 회사가 폐업하기 직전이라 뭐라도 도전해야만 했었다는 김 대표는 "어떻게든 가족을 책임져야 했다"며 "회사가 문을 닫아야만 했던 상황이 나에겐 창업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됐다"며 말했다.

시제품까지는 만들었지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무엇보다 자금이 문제였다. 손바닥만 한 제품 하나를 만드는데 금형비용만 수천만 원이 들었다. 기술보증기금에서 1억원을 빌리고 제품을 생산하니 이번에는 마케팅 비용이 필요했다. 11번가 등 오픈마켓에 올려봤지만 제품을 찾는 사람은 드물었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 6천 원짜리 구강세정기 두세 박스 파는 것도 감지덕지였다"며 "오픈마켓은 광고비를 투자한 만큼 효과를 보는데 돈 없는 사람에게는 가장 냉정하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도 볕들 날이 왔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오픈마켓 MD(상품구성 담당자)가 기획전을 열자고 전화했던 것. 기획전에 참여시켜 줄 테니 싼 값에 팔아보자는 제의였다. 남는 것은 없어도 고객 홍보에 좋은 기회라 흔쾌히 수락했다고.

김 대표는 이것이 천재일우의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제품 후기를 남긴 소비자 중 97%가 그의 제품에 만족의사를 표시했는데 소비자 호평이 입소문을 타며 자연스럽게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예전에는 11번가, G마켓, 옥션 등만 거래했지만 다른 오픈마켓에서도 김 대표의 물건을 요구했고 이것이 계기가 돼 일본 수출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은인도 있었다. 제품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지역 정치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자신이 써 보니 효과가 좋았는데 원주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이라 반가웠다"는 인사였다.

그렇게 인연을 맺게 돼 강원도 우수중기제품 사업을 알게 됐고, 서울 면세점에 진출하는 기회도 얻었다. 김 대표는 "회사가 수익이 나면 수익금을 지역사회와 나누고 싶다"며 "금년에는 직원을 채용해 일자리도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사가 지난해 6천5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두 배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