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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의 매력, 의인의 도시라는 자긍심

어느 도시에나 훌륭한 인물들이 있지만 원주처럼 걸출한 인물들이 단기간에 많이 활동한 도시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김정삼 법무법인 치악 고문변호사l승인2018.02.12l수정2018.02.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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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에 살면서 원주라는 도시에 매력을 느낀다. 강원도에서 제일 크고 교통의 요지고 서울 접근성이 좋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해서가 아니다. 이 도시에는 우리나라 1960∼1980년대 현대사의 발전과정에서 있었던 시대적 고통 속에서 파수꾼 같은 역할을 한 의인들의 숨결이 있다. 이 생각을 할 때마다 가슴이 뛴다.
 

 지학순, 장일순, 문창모, 가나안농군학교의 김용기·김범일, 또 박경리, 김지하, 조영래, 김찬국, 권인숙 등. 지금 현장에서 활동하는 훌륭한 분들은 언급하지 않는다. 이 분들이 살았고, 투쟁했고, 잠시 거쳐 갔고, 피신하기도 한 곳이 원주다.
 

 지학순 주교는 1970년대 암울했던 유신시대 독재정권에 대항해서 사회정의와 인권운동에 앞장섰다. 장일순 선생은 1960~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정의운동을 하고, 한살림운동과 생명운동으로까지 발전시켜 "자연과 공생하자,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의 본질을 보라, 길가에 피는 작은 풀 한 송이에도 있는 생명의 나라를 보라"고 설파했다.
 

 김용기 선생은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하여 "조국이여 안심하라,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 고 부르짖으며, 긴 세월 이어오던 우리 민족이 가난을 깨뜨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정신각성운동을 일으켰다. 그 뒤를 이어 김범일 교장은 방글라데시, 필리핀, 중국, 캄보디아, 인도, 말레이시아, 아프리카 등 12나라, 15곳에 해외농군학교를 설립하고 그 나라에 개척의 꿈을 이루어나가며 인류복지에 힘쓰고 있다. 이런 활동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문창모 박사는 95세에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 청년같이 활동하며 대단히 고결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의사로 많은 수입이 있었으나, 모두 필요한 곳,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 사용한 나눔의 삶을 평생 실천했다. 누가 돈이 필요한 데 꼭 도와야 될 일이라고 판단되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서 주고 적금으로 갚아나간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학생시절에는 항일운동을 하다가 투옥된 일도 있고, 원주에 있는 수많은 사회단체를 창립하였다.
 

 박경리 선생은 이곳에서 기념비적 소설인 토지를 완성했고, 그 분으로 인하여 원주는 문학적으로 훨씬 풍성하게 되었다.
김찬국 총장은 민주화에 몸을 던진 신학자로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상지대 총장으로 계시면서 멋과 여유, 유머 감각, 먼저 인사하는 모습을 삶으로 가르쳐주었다. 1970년대에는 이창복 선생의 노동운동, 김지하 시인 등의 민주화운동도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훌륭한 변호사 중 한 명으로 평화시장 재단사의 분신자살을 고발한 '전태일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가 어려운 시절 피신해 있었던 곳도 원주이고, 부산미문화원사건의 문부식이 피신해 있었던 곳도 여기고, 현대사 전환기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길이 이름이 남을 그 유명한 부천성고문사건, 그 권양사건의 주인공도 원주 사람이다.
 

 이 분들은 이 시대의 의인들이고 선구자고 개척자였다. 자기의 이익을 초월해서 살았다. 대의를 위해 살았고, 약한 자들의 편에 서서 살았다. 불의에 항거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생명의 길인지를 갈파했다. 나눔의 본을 보였다. 그들과 함께 살아온 곳이 바로 원주다. 우리는 그 분들과 같이 살았다. 세상의 영화는 잠시고, 모든 것은 지나가지만, 의인들이 산 발자취와 향기는 이 땅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얘기한다. 그게 뭐 중요한가. 어느 도시에나 훌륭한 인물들은 다 있다고 한다. 저는 말한다. 아니다. 절대로 어느 도시나 그렇지 않다. 이만큼 걸출한 인물들이 단기간에 많이 활동한 도시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한 분 같이 특출한 인물들이다. 삶으로 자기의 신념을 살아간 사람은 보기 드물다.
 

 다른 곳에 다녀보니, 원주가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전국 어디에도 이만한 정신적 자산이 있는 도시는 별로 없다. 우리는 이런 원주의 매력을 발굴해서 재조명하고, 이야기하고, 자랑하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해야 한다.


김정삼 법무법인 치악 고문변호사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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