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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제재소 유병태 대표

"생명 살리는 도구…제대로 만들어야" 서연남 시민기자l승인2018.02.12l수정2018.02.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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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모든 국산 삽자루는 소초면 시온제재소 유병태 대표(69)가 만든다. 국내 12곳 정도 됐던 삽자루 생산 공장이 값싼 중국산 삽자루가 수입되면서 줄줄이 문을 닫았지만 유 대표는 '그래도 국산 삽자루는 있어야 한다'는 고집으로 세월의 무게를 이겨나가고 있다.

 유 대표가 삽자루 생산 업체를 직접 운영한 것은 23년째지만 삽자루 만드는 일을 한 것은 50년이 훌쩍 넘었다. 고향인 청양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워 생계 목적으로 처음 들어간 공장이 삽자루 생산 업체였다. 13세의 나이에 한 달에 한 번 쉬고 밤10시까지 일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기술을 배우고 돈도 벌 수 있어 유 대표로서는 금상첨화였다.
 

 평생 삽자루만 만든 유 대표가 독립적으로 사업을 차린 것은 1995년. 강원도 참나무를 사용해야 질 좋은 삽자루를 만들 수 있어 운송비를 줄일 수 있는 원주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15명의 직원이 월 5만개를 생산할 정도로 소비량이 많았다. 아침8시부터 밤10시까지 쉴 틈 없이 만들었다. 정확성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도 직접 주문 제작해 33회의 공정이 20회로 줄어 생산량도 늘었다.
 

 "삽자루는 나무를 동그랗게 잘 깎고 틀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재료인 나무 선택을 잘해야 하는데 참나무 만큼 좋은 게 없다"고 설명하는 유 대표.
 

 하지만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속도가 30여 년 전부터 느려졌다. 중국산이 수입되면서 매출이 직격탄을 맞은 것. 12곳이나 됐던 공장도 줄줄이 문을 닫아 20여 년 전부터는 유 대표가 유일하다.
 

 "중국산 삽자루는 힘이 없다. 잘 부러지기도 하고 삽날이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런데 소비자는 단지 가격이 싸니 중국산을 선택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중국산 삽과 국산 삽 가격차이는 3천~5천 원 정도. 유 대표가 생산하는 삽자루는 양양 참나무만 사용해 강도가 세고 견고해 삽자루가 부러져 삽을 못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중국산은 가죽 나무, 자작나무 등을 사용해 삽질을 할 때 부러지는 일이 많다는 것이 유 대표의 설명이다.
 

 "매일같이 소주를 마시며 울기도 많이 울고, 여기저기 돈을 빌리기도 했는데 악순환이었다. 정말 힘들 때는 직원들이 삽자루를 만들어도 판매가 안 되고 재고가 쌓이니까 1년간 쉰 적도 했었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듯 쉬었다 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계속 이어갔다."
 

 자신이 문을 닫으면 국산 삽자루 시장을 중국산에 내줘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자존심 상했다. 그래서 버티고 있던 중 무역회사를 다니고 있던 아들 흥조 씨가 2년 전 가업을 잇겠다고 내려오면서 유 대표도 희망이 생겼다. 그동안 삽자루만 만들어 납품하던 것을 삽날까지 만들어 '황소'라는 상표로 완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을 세우는 등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흥조 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 "건설현장, 군부대, 관공서 등 거래처 확보 및 홍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상 유지하기도 버거웠던 유 대표로서는 아들의 포부만 들어도 배가 부르다. 유 대표는 "삽은 생명을 살리는 도구다. 어디서나 내 삽을 사용하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원주에서 삽자루를 오랫동안 만드는데 원주 어느 철물점을 가 봐도 내가 만든 삽자루가 없어 아쉽다"며 "중국산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나라에서 자란 나무와 우리 기술로 만든 우리 삽자루만큼 좋을 수는 없다"고 확신했다.

 


서연남 시민기자  wonju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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