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농촌마을 입구에서 '00회사 자매결연마을'이라는 안내 표지판을 볼 수 있다. 근본 취지는 회사, 회사원들과 농촌주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농촌의 어려움을 나누기 위해 맺는 결연이다. 도시민들에게 농촌 자연환경과 농업인들의 실상을 체험하게 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농민들은 도시민에게 정성들여 재배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도시민들은 농업 실상을 체험하고 농촌을 이해하는 운동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실상은 어떠한가. 시작은 방대하고 요란스럽다. 1사1촌 자매결연식이 열리는 날에는 마을 입구에 대형 현수막이 나부끼고, 온 동네가 떠들썩하다. 회사 대표가 노인정이나 마을회관에 TV, 냉장고 등 전자제품을 증정한 뒤 인증사진을 찍고 박수치며 마을 부녀회원들이 정성 들여 장만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행사가 끝나고 헤어질 때면 백년지기가 헤어지는 듯 진한 아쉬움에 악수를 나누고 마을에서는 농·특산물을 선물하며 다음날을 기약한다. 
 

 마을 이장님과 주민들은 큰 회사와 자매결연을 맺었으니 아주 뿌듯해 하며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정성껏 가꾼 농산물을 도시민들에게 잘 팔 수 있을 것 같고, 일손이 모자랄 땐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도시생활과 일상에 지쳐 시골 정취가 그리울 때면 고향집 찾듯 불쑥 찿아올 것만 같은 기대를 한다. 결연 첫해에는 가끔 연락을 되고 가을에는 쌀 몇 자루 주문이 오고 김장철엔 절임배추와 된장, 메주를 보내 달라고 주문이 온다. 마을 주민들은 아주 기쁘게 생각하고 고마워하며 주문한 농산물을 넉넉하게 포장해서 택배를 보내며 내년을 기대해본다.
 

 다음 해엔 회사 버스로 도시민들이 방문해 마을회관 주변 잡초를 뽑아주고 영농체험을 하며 마을청년들과 어울려 족구도 한다. 마을에서 준비한 삼겹살에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후한 농촌의 인심에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그러나 2~3년 지나면서 발길이 뜸해지고 연락이 잘 안되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게 잊혀져간다. 마을입구에 세운 결연 표지판은 빛이 바래지고 애물단지가 되며, 그것을 바라보는 마을 주민들에겐 불신과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한번 맺은 결연으로 지속적으로 교류가 이루어져 끈끈한 정으로 상생하고 마을발전에 힘이 되어주는 회사도 있다. 그러나 태반이 지극히 형식적이고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이장을 맡았을 때 일본 도토리현 고토오라우정 오부마을이라는 아주 작은 산골마을과 민간교류를 한 적이 있다. 약 30가구 되는 오지마을로 일본전통가옥으로 이루어진 아담하고 아름답고 아주 깨끗한 마을이었다.
 

 마을 대표에게 어떻게 이렇게 집이 잘 관리되고 마을이 깨끗하냐고 물었더니 오래전부터 어느 현 의사협회와 자매결연을 맺어 마을의 전통가옥을 현 상태로 유지 보호하는 조건으로 보수비용을 지원받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휴가 때나 그 가족들이 마을을 방문하면 언제든지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함께 식사하며 생산되는 농산물도 주기적으로 공급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가을 추수가 끝나면 1년에 한번 마을에서 술(정종)을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판매한다고 한다. 의사협회에서 선물용 및 개인적으로 소비할 양으로 약 7천병을 한정 생산해 매년 정월 공급하고 있었다. 이것이야 말로 믿음과 상생을 원칙으로 하는 1사1촌 운동이 아닌가 생각하며 부러워했다.
 

 지금 우리의 1사1촌 운동은 어떠한가. 심도 있게 고민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정부 시책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시행하는 1사1촌 결연사업인지 모르겠지만 한번 맺은 결연과 인연은 한쪽만의 짝사랑이 아닌 회사와 농촌마을 모두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속성 있게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과 성의를 다 해야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농사짓는 농민과 농촌마을에 작게나마 힘이 되어주고 격려해 주며 농촌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인정해 주는 아량과 아울러 서로를 이해하면서 상생할 수 있고 공존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오세성 원주시품목농업인연합회 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