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농업관련 축제의 통합을 추진한다고 한다. 도시농업도 재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농업축제 통합과 도시농업 활성화는 해묵은 과제이다. 그동안 당사자인 농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가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꺼내든 건 원주농업 진일보에 가시적인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규모화를 이루지 않고는 농업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다. 고만고만한 축제는 전국 어디나 있다. 매력적이지 않다. 키워야 빛이 나는 세상이다. 특히 원주는 농업인의 날(11월 11일) 발상지다. 다른 도시와는 차별화돼야 한다.
 

 농업인의 날 행사를 삼토문화제로 키운 이유이다. 그런데 작년 11월 11일 삼토문화제 때도 추웠다. 비는 언제든 올 수 있다. 하지만 기온이 떨어지면 애써 준비한 축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관람객 없는 축제는 예산을 낭비하는 셈이 된다. 11월 11일에는 기념식을 열어 소박하게 자축하고, 앞서 10월 중순 통합 대축제를 열겠다는 건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대축제로 통합되면 각각의 농업축제가 주도권을 상실한다는 게 반대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중소도시에서, 그것도 농업분야에서 주도권 다툼을 하는 건 옳지 않다. 글로벌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 원주농업 파이가 커지면 혜택은 원주농민에게 돌아간다.
 

 도시농업을 반대한 이유도 속 좁은 발상이었다. 도시민이 채소를 재배해 소비하면 농민 소득이 줄어든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자급자족 수준까지 재배할 도시민이 몇이나 되겠는가. 취미 내지는 농업에 대한 향수 때문으로 보는 게 맞다. 일각에선 도시농업이 오히려 농산물 소비량을 늘리는데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도 본인이 키운 채소는 식용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현재 기후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대구가 주산지였던 사과가 원주에서 번듯하게 자라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기후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농업이 활성화되면 기후변화 속도를 미력하게나마 늦출 수 있다. 공기정화에도 식물만한 게 없다. 그래서 도시농업은 적극 장려해야 한다.
 

 아울러 원주푸드 사업에 농민들의 절실한 관심이 요구된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원주푸드종합센터 및 공급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예산은 차치하고라도 원주농업의 가장 큰 돌파구가 원주푸드 사업이다. 관내 학교 급식 및 서울 도봉구와 협약을 맺어 든든한 판로가 마련됐다. 이제 농민들은 안전한 농·축산물 생산에만 전력투구 하면 된다. 그럼에도 원주푸드 납품에는 소극적인 게 현실이다.
 

 우리 땅에서 난 우리 농산물이 우리 몸에 가장 이롭다는 건 누구나 안다. 원주푸드 사업은 원주시민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돌아보면 농업은 늘 위기였다. 굽은 허리에 시커멓게 그을린 피부가 먼저 떠오른다. 그럼에도 묵묵히 땅을 지켜온 농민들이 있었기에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올해는 원주농업이 어려움을 딛고 한 단계 도약하는 해로 기억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