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혼돈의 한 해였다. 탄핵정국에 대통령이 구속되고, 새 대통령을 선출했다. 고위층 간부들은 재임 시 떳떳하지 못한 행동으로 철창행에 줄을 이었다. 암울하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한 해였다. 그러하기 때문에 신년에 거는 기대는 크고 모든 국민이 안정과 번영을 갈망하고 있다.
 

 원주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으로 가는 관문이다. 돌출행동으로 찾아온 손님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다. 예의지국의 국민으로서 외국에서 찾아온 모든 손님에게 최대한의 예우와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원주는 어떠한 고장일가? 과연 정체성은 무엇일까? 그 정체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원주는 누구나 살기 좋은 고장이라고 한다. 텃세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 원인은 원삼국시대와 삼국시대 전략적 요충지역으로 빼앗고, 빼앗기면서 예부터 삼국의 사람이 혼재해 오랜 세월동안 더불어 사는 DNA가 발전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어느 면으로 수긍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1936년 치악산 상원사를 중수 하면서 목비에 '용호지 반거자 왈 치악(龍虎之 蟠踞者 曰 雉岳)'이라는 글을 새겨 놓았다. 서로 앙숙인 용과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형상을 한 산이 치악산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인가, 원주는 원주에 사는 사람 모두가 서로 탓을 하기 보다는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 고장은 이 같은 배려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창조정신도 크게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 저항과 창조, 파괴와 창조 및 저항과 파괴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창조정신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 첫 번째로 궁예를 들 수 있다. 신라가 왕권다툼으로 부패하자 치악산 영원산성 양길의 휘하였던 궁예는 철원으로 들어가 후고구려를 세운다. 원주정신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그 후 폭정으로 왕건에게 자리를 내주어 고려를 건국하는 역사적 업적을 남기었다. 역사기록에는 궁예가 신하를 마구 죽이는 등 폭정을 했다고 하나, 살생을 금하는 불교 신자로 폭정을 하였다는 데는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홍길동 저자인 허균의 삶에서도 원주를 엿볼 수 있다. 홍길동은 서자는 출세할 수 없는 당시 시대 상황에 반기를 든 것으로 유명하다. 신분타파를 선언한 것이다. 허균은 관에 나간 후에도 부론면 법천사를 자주 찾았다는 기록이 있다. 법천사에서 10여리 떨어진 곳에 모친의 묘소가 있었다는 설도 있다. 또한 가깝게 지내던 강변칠우가 섬포에 살고 있었고 이 곳은 스승인 손곡 이달 선생이 은거해 있던 곳이다.

 서자출신인 강변칠우는 서자라는 이유로 관료의 길을 가지 못했다. 신세를 한탄하던 이들은 문경에서 은상을 털어 그 죄로 모두 참수를 당한다. 내용은 은상을 털은 자금으로 영창대군을 복위 시키려 했다는 죄를 씌워 역모죄로 처형된 것이다. 홍길동의 작품 배경은 부론면 은섬포의 강변칠우 일 수도 있다.
 

 시대 상황을 뛰어넘은 인물로 여성 성리학자인 임윤지당을 들 수 있으며, 여성으로 남장을 하고 금강산을 답사한 김금원 등 많은 인물이 현실 사회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상황을 타파 했다. 근대에 들어서는 주교 신분으로 군사정권에 저항하다 옥고를 치룬 지학순 주교, 지학순 주교와 함께 신협운동과 한살림운동, 생명사상을 이끌어 온 장일순 선생님이 있다. 모두 시대를 뛰어 넘은 인물로 볼 수 있다.
 

 원주는 남을 배려만 하는 곳일까? 과거를 더듬어 보면 남을 배려하면서 함께 호흡하는 고장이기도 하지만 현실이 어려울 때면 과감하게 일어나 저항하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창조성이 깃들어 있는 고장이라 할 수 있다. 장일순 선생님은 치악산을 모월산(母月山)이라고 했다. 어머니 품 같은 산이라는 뜻이다. 치악산은 기암괴석이 많은 골산이 아니라 육산이기 때문에 능선 모두가 어머니처럼 부드러운 산이다.
 

 치악산 자락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원주사람들은 올림픽 손님맞이에도 정성을 다해야겠다. 이어서 치러지는 지방선거 후 일어날 수 있는 갈등도 모월산처럼 서로 포옹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다시 한 번 저항과 배려속의 원주정신을 생각해 본다.

박순조 원주문화원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