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대표적 도심포교당 성불원 주지 현각(67) 스님은 원주 지역사회에서 아버지 같은 존재다. 31년째 지역사회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면 발 벗고 나섰고,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다. 종교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면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고 믿기에 설득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해를 구하며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했다.

 지역사회 민주화운동, 원주화상경마장 건립 반대, 4대강 반대를 비롯해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앞장섰다. 현각 스님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고 잘못된 길을 가는 사람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모든 종교의 본질적 의미라고 생각한다"면서 "세상과 타인을 위한 자비심이 없다면 한 쪽 날개를 잃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4형제의 맏이로 태어난 현각 스님은 어릴 적 몸이 안 좋아 절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욕구가 생겼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의 결론은 출가였다. 특별히 집안의 반대는 없었다.
 

 이후 동국대학교를 졸업하고 영월 보덕사 주지로 있을 때 월정사 분규 사태로 원주교도소에 면회를 오며 매주 월요일 원주에서 법회를 연 것이 다시 원주에 자리 잡게 된 계기가 됐다. 그때 함께 불공을 드리던 신도들이 원주에서 새로운 불교 운동을 시작해 보자고 제안해 지금 명륜동 자리에 성불원을 짓게 된 것. 그때 맺은 원주교도소와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원주교도소 교화 위원과 불교지도법사로 활동하며 재소자 교화에 힘썼다. 2016년에는 제34회 교정대상 시상식에서 자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재소자 교화 못지않게 현각 스님이 열정을 쏟은 것은 사회복지다. 1992년 원주복지원을 맡으면서 시작된 사회복지는 1993년 명륜종합사회복지관을 위탁 받게 됐으며, 2006년 사회복지법인 성불복지회를 설립하면서 확대돼 현재 13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만 해도 350여명이다. 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사업을 위탁 받기 위해 애쓰거나 공모 경쟁을 하지 않았다. 기관을 위탁 받을 때 관련 사업을 하고 있어야 하는 조건이 있었고, 사회복지사업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유일하게 조건이 충족돼 받게 됐을 뿐이다. 맡고 있는 기관이 많다보니 중간 관리자와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현각 스님은 가치의 공유, 연대의식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며 직원들에게도 늘 강조한다.
 

 직원 면접도 항상 직접 본다. 현각 스님에게는 업무능력보다는 인성이 우선이다. "업무 능력은 가르치면 되지만 사람의 인성은 쉽지 않다.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지,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많은 기관이 잘 운영되는 것은 중간관리자들이 누구보다 내일처럼 해 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많은 기관 중 성불유치원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인생에 있어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를 이곳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인 것 같다.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의 주례를 선 적이 있는데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현각 스님을 이야기 할 때 환경도 빼 놓을 수 없다. 원주환경운동연합 고문이기도 하고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었다. 새만금 개발 반대를 위해 지리산부터 판문점까지 삼보일배를 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환경보전활동을 통해 국가사회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가장 행복한 시간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다. 하루를 열심히 산 날은 더욱 행복하고 뿌듯하단다. 함께 살고 있는 93세 노모가 절 일을 열심히 돕고 있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을 보며 자신의 미래도 생각한다는 현각 스님. 철학, 심리, 역사에 관심이 많은데 요즘 바쁘다 보니 책을 자주 읽지 못한 것이 속상하다며 "10여년 정도 뒤에는 현장 일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같이 사는 법을 깨닫는 명상센터를 운영하고 싶다"고 전했다.  정의사회 구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복지 실현, 재소자 교화, 환경보호를 위해 30여년을 헌신한 현각 스님은 "물이 있어야 배가 뜨는 것처럼 시민들이 있어야 지도자도 있는 것이고 지역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며 "지역사회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건강을 위해 몇 년 전부터 매일 아침6시 조기축구를 하고 있는 현각 스님은 "축구는 팀웍이 중요한 스포츠다보니 협력은 물론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면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종교인이 사회참여를 제대로 한다면 사회가 좀 더 성숙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