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외국인 스스로
 자립하고 권리 인정받을
 때까지 그들에게 여전한
 친구이자 가족으로
 남고 싶어요"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홀로 견디는 타향살이 설움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공감하기 어려운 외로움이다. 한국사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들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우리들의 냉소적인 시선 때문에 안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함께하는 공동체' 최철영 대표는 지난 15년간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같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써온 그들의 진정한 친구이자 가족이다.

문막에 위치한 (사)함께하는 공동체는 원주와 횡성, 나아가 도내 거주 외국인을 위해 다양한 복지와 쉼터를 제공하는 외국인지원센터이다. 한글교육과 여가생활, 식사나눔 등 그들의 진정한 쉼터이자 목소리가 돼 한국생활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 대표가 함께하는 공동체를 시작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영국에서 5년간 신학을 공부하고 2003년 고향 원주로 돌아와 전공을 살려 목회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문막에서 근무하는 중국 외국인 근로자를 소개받게 된다. 중국어에 능숙한 아내가 통역을 도왔는데 외국인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직면하면서 거주외국인 지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최 대표는 "당시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근로했다"며 "이들을 대신해 회사에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고 시정하면서 외국인들과 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힘든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부부의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기에 초창기에는 사무실도 없이 도움을 요청하는 외국인 노동자 숙소나 회사로 찾아다니며 이들을 도왔다. 그러다 2004년 열악하지만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교회도 함께 운영했다.

이 일을 시작하고 얼마 뒤 산업재해로 오른쪽 팔을 잃은 파키스탄 청년을 만났는데 그와의 만남은 최 대표가 지금까지 함께하는 공동체를 이끌어오는데 큰 힘이 되었다. 대구에서 사고를 당한 그는 친구들을 통해 최 대표를 소개받고 식사자리를 갖게 됐다.

이미 사고로 치료를 마치고 귀국날을 기다리고 있던 청년에게 최 대표는 마땅히 해줄 말이나 지원도 없었다. 이슬람사회에서 오른손으로 대부분의 일을 해결하는 청년에게 그저 '당신은 팔을 하나 잃었을 뿐 너의 인생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는 위로를 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 한마디는 청년에게 큰 힘이 되었고 떠나기 전 그에게 전화로 고마움을 전했다.

최 대표는 그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했으나 그는 최 씨의 위로에 용기를 얻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은 큰 도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타국에서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힘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최 대표는 거주 외국인들에게 부당대우나 임금체불 등 여건개선 뿐만 아니라 한국에 머무는 동안 진정한 그들의 집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친구이자 가족을 자처하고 있다. 이들은 매주 일요일 저녁 함께 식사를 하는데 평균 70~80명의 외국인이 모인다. 인종과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 함께 어울려 고충을 나누고 외로움을 달랜다.

최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외국인 노동자의 실상을 접하고 시작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유학생활을 하면서 겪은 외로움을 알기에 공감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외에도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등 외국인을 위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최종적인 바람은 외국인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주체가 한국인이 아닌 그들이 직접 운영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들 스스로 한국사회에서 권리를 주장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변화된 사회를 꿈꾸는 것이다. 최 대표는 "길게 바라봐야할 장기적인 목표지만 그들 스스로 자립하고 권리를 인정받을 때까지 이들에게 여전한 친구이자 가족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