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확장되면서 발생하는 기존 도심의 쇠퇴는 많은 도시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옛도심, 구도심, 원도심 등 다양하게 불리는 기존 도심은 공동화로 인한 쇠퇴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마다 해결책에 골머리를 싸매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도시의 외형을 키우는 데만 급급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외곽으로 새로운 택지를 무한히 개발해 도로를 뻥뻥 뚫고 아파트를 짓는 것이 도시를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기존 도심에선 사람도 빠져 나가고 돈도 빠져 나가면서 완전히 망가진다. 그런데 폐허가 된 기존 도심을 살리는 일은 만만치 않다. 사람과 돈을 끌어 들일 아주 매력적인 요인이 희박하다. 그래서 이런 도심의 공동화 문제, 기존 도심의 쇠퇴문제를 예견한 지자체들은 미연에 방지책을 마련해 성공을 거뒀다. 도시를 외곽으로 확장을 시키되 기존 도심의 공동화, 쇠퇴를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했다. 대표적인 것이 영화관이다. 청주를 비롯해 진주, 대전, 부산 등이 그렇다. 이들 도시는 복합영화관을 기존 도심 안으로 끌어 들였거나 걸어서도 접근할 수 있게 아주 가까이에 유치했다. 영화관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뛰어나다. 자연스럽게 영화관 이용객은 구도심 이용과 연결된다.
 

 원주는 어떤가. 1990년대 이후 외곽으로 많은 택지가 개발됐다. 단계택지를 비롯해 구곡택지, 무실택지 등에 이어 최근엔 혁신도시가 들어섰다. 기다렸다는 듯 기존 도심의 시청사를 비롯해 공공기관들도 따라 갔다.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더욱이 신규 영화관마저 이들 택지로 몰렸다. 단계·무실·구곡택지, 혁신도시엔 영화관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세트가 됐다. 구도심에 있던 시공관을 비롯해 원주극장, 문화극장은 흔적도 없다. 아카데미극장은 철거를 기다리고 있다. 원주의 구도심이 맞고 있는 현실이다.
 

 뒤늦게 구도심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나왔다. 10여 년 전 중앙로 차 없는 거리 사업, 문화의거리는 구도심의 줄기다. 중앙시장, 자유시장 등 원주 대표 전통시장들에 둘러 싸여 있다. 줄기가 튼튼해야 가지가 잘 자란다. 그동안 문화를 접목시켜 이 거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문화공연과 전시 등이 지속적으로 펼쳐졌다. 불빛축제와 골목치맥축제도 열리고 있다. 적막강산이었던 문화의거리 초기에 비하면 야간 유동인구도 좀 생겼다. 식당들이 몇 개 생기면서다.

 하지만 참 더디다. 그래서 최근 푸드바이크 골목야시장을 추진하고 있다. 자전거를 이용한 이동식 매대인 푸드바이크 15대로 구성해 문화의거리에서 주말마다 야시장을 여는 것이다. 청년창업자들이 무상으로 푸드바이크를 지원받아 푸드트럭처럼 창의적이고 다양한 음식을 판매할 것이다.
 

 전통시장이나 구도심에서 푸드바이크를 이용한 야시장 운영은 전국적으로 사례가 없다. 내년부터 본격 운영할 푸드바이크 골목야시장은 현재 청년사업자를 공모하고 있다. 메뉴는 기존 상가와 겹치지 않게 톡톡 튀는 음식에다 이색적인 푸드바이크로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밤 문화와 함께 야간관광상품의 탄생이다. 불빛축제도 비수기인 겨울철 문화의거리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것이다. 올해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붐업 기원 크리스마스 불빛축제로 지난 3일 백운아트홀에서 개막식을 가졌다. 공동체라디오방송인 골목라디오도 마찬가지다. 대형쇼핑몰 짓고 아파트 짓는 게 도시재생이 아니다. 영혼 없는 개발일 뿐이다. 원주의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구도심 재생이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다. 구도심이 살아 있는 도시가 명품도시다.

김대중 문화의거리 푸드바이크 골목야시장추진위원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