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섭 시의원이 원주의 정체성을 함축하는 구호 제정을 제안했다. 지난 20일 열린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다. 황 시의원은 호국도시를 제안했다. 하지만 호국도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동안 지역에서 호국도시와 연관되는 군사도시 이미지를 지우려 많은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국도시는 비단 원주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전란을 겪은 웬만한 도시들은 호국도시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함축적인 구호를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원주를 표현하는 함축적 수식어가 남발돼 있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군사도시, 사통팔달의 도시, 호국충절의 도시, 의료기기도시, 생명도시, 건강도시, 안전도시, 관광도시 등이 그동안 원주를 수식해왔다. 브랜드 슬로건으로는 다이내믹 원주가 등장했다. 협동조합운동 메카라는 단어도 종종 쓰인다. 어림잡아 10개나 된다. 이러한 수식어가 뿌리 없는 잘못된 표현은 아니다. 원주의 역사, 인문, 문화, 경제 등과 일정부분 맞닿아 있다. 구호를 내세우는 이유는 원주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원주시 뿐만 아니라 전국 230여개 기초 지자체가 일제히 함축적 구호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인접 지자체간 중복되는 구호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구호는 현재의 행정구역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함축적 구호는 대외적으로 인정받아야 효용가치가 있다. 제아무리 외쳐봐야 거들떠보지 않으면 무색해진다. 때문에 함축적 구호는 정교하게 설계하고, 치밀하게 홍보해야 한다. 역사적 기반은 물론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하는 한편 미래지향적 성격을 지녀야 한다. 함축적 구호는 도시의 정체성 확립은 물론 경제적 효과도 뛰어나다. 농·축·수산물 및 공산품 가치와 연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도시 브랜드가 지역주민 경제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또한 지역주민 자긍심 향상에 효과적이다. 이는 지역공동체 형성과 연결된다. 동일 생활권에서 공통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건 애향심의 발로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원주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함축적 구호 제정은 각계의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단기간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숙의 과정을 거쳐 다듬고 다듬어야 제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 지금처럼 많다고 좋은 건 결코 아니다. 쌍끌이 식으로 욕심내다간 가장 소중한 보석을 놓칠 수 있다. 도시 정체성은 시간이 흐르면 바뀔 수 있다. 외지인 유입이 활발한 도시일수록 그렇다. 지역공동체 문화가 점차 붕괴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확고한 도시 정체성을 발굴·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을 알리는 교육을 해야 한다.
 

 관에서 직접 하기 어렵다면 민간에 위탁해 원주에 관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과거 자주 접하던 '원주학'이 어느 샌가 자취를 감췄다. 자세히 봐야 예쁘다는 말이 있다. 원주를 제대로 알면 애향심은 한층 고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