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학생배정방식 토론회가 지난 8일 한지테마파크에서 열렸다.

고교평준화 시행 5년째를 맞아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8~9일 원주, 춘천, 강릉에서 고등학교 배정방식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했다. 원주에선 지난 8일 한지테마파크에서 학부모와 교직원, 교육청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등학교 학생배정방식 및 교육력 제고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에 앞서 강원도 고등학교 학생배정방식 대한 경희대학교 성열관 교수의 연구발표가 있었다.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는 도내에서 원주, 춘천이 각각 1980년, 1979년 평준화 정책을 도입했다가 1991년 평준화 적용을 해제하면서 고교별 입시경쟁이 부활했다. 하지만 고교입시 과열, 입시준비 사교육 성행 등으로 학부모와 시민들이 평준화 제도를 요구, 2013년부터 원주, 춘천, 강릉에서 평준화를 시행하고 있다.

원주시는 통학시간이 50분을 넘는 원거리 학교를 배제하고 무작위로 추첨하는 원거리배제무작위 추첨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무작위 추첨의 경우 확률적으로 공평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또한, 원거리 학교를 통학해야 한다는 불편이 발생한다.

성 교수는 도내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12개 고교를 방문해 교원면담을 실시했다. 교사들은 고교평준화 이후 긍정적 변화로 학생 구성원이 다양해짐에 따라 학교가 활기를 되찾았다는 점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과거 비선호학교로 분류된 학교일수록 학생이 고루 분포해 수업과 생활지도, 학생활동 등이 활성화된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평준화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으로 대학입시 중심의 일반고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과 통학의 어려움, 남녀공학학교 비선호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선지원 후추첨 배정에 대해서는 대부분 학교에서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고교평준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지원제 도입 시 학교쏠림 현상이 부활해 교육력이 저해된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학교마다 일반고 발전을 위해 학생부 전형 연계 수업과 교육활동 활성화에 앞장서며 학생 선택권 보장을 위한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기 위해 소인수 과목 개설 및 개방형 교육과정 등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지원청에서는 통학 여건 개선과 교육과정 다양화를 위한 지원, 학교시설개선 및 직업교육 대안교육 강화, 남녀공학 전환 추진 등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학부모 면담에서는 선지원 후추첨이 평준화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현 배정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통학거리 가미, 남녀 비율 상 문제, 학부모와의 소통구조 마련 등을 제기했다.

성 교수는 정책 제언을 통해 현행 '무작위 추첨 배정'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교평준화로 학생 구성원이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교육활동이 활성화되고 학생들 만족도 증가가 학교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또한, 선지원 후추첨제 요구 의견에서 제기한 '원거리 배정 문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과거 학교 서열 의식을 극복하고 학교 간 교육 여건 균등화, 학교 교육과정의 다양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무작위 추첨 배정으로 인한 원거리 배정 문제에 대해서는 시내버스 노선 조정과 원거리 배제 배정을 유지하되 추가로 교육지원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통학버스를 운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학교 시설 여건 개선과 남녀공학 전환도 중기적 과제로 제시했다.

이후 진행된 토론회에서 한은수 원주중 교사는 "평준화 5년째지만 여전히 특정 학교를 선호하는 성향이 있는 상황에서 선지원 후추첨제 시행은 평준화제도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공부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는 등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규태 학성중 교사는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본교에 1지망으로 지원해 입학한 학생을 물어보니 20% 수준에 그쳤다"며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가고 싶은 학생들의 바람도 외면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선지원의 경우 일부 학교로 몰리는 현상을 우려할 수 있지만 결국 추첨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정숙 원주시학부모회연합회장은 "거주 지역 내 통학 가능한 학교가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이점"이라며 "학부모는 자녀가 근거리 통학을 하길 바랄 것"이라고 선지원 후추첨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학교로 쏠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선지원 후추첨을 실시할 경우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찬석 원주시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장은 "지역 내 명문고를 선호하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집과 가까운 학교에서 통학하기를 선호한다"며 말했다. 특정학교 쏠림현상 우려에 대해서는 학교마다 성적별로 지원할 수 있는 학생들을 제한해 비슷한 성적의 학생들끼리 경쟁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자고 했다.

이용훈 도교육청 중등교육과정담당 장학관은 "원주시 고교평준화 시행에서 가장 큰 개선방안은 통학환경 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행정규모의 도시와 비교할 때 원주시는 2배 가까이 넓은 면적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 고등학교가 외각에 위치해 있어 통학거리를 좁히기 쉽지 않다"며 "도교육청은 버스노선 개편과 학교시설개선 등 다방면에서 문제점을 해결하며 평준화 정착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강원도 고등학교 학생배정방식 변경 여부는 도내 3개 지역의 토론회를 바탕으로 결과보고 회의를 진행 후 내년 2월 고입전형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친다. 도교육청은 내년 3월 중으로 배정방식 변경여부가 결정할 계획이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